이전 단락에서는 도시 변환의 첫 번째 사례로서 덴마크의 에스비에르(Esbjerg)를 소개하였다. 오늘은 두 번째 사례로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를 소개하고자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도시이다. 프랑스·스위스 국경에서 가까우며 라인 강과도 가깝다. 독일 내에서 푸른 산림으로 둘러싼 가장 따뜻한 도시로 독일의 환경 수도로 유명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브루크는 토지 면적의 42.5%가 숲으로 조성되어 있고, 약 인구 23만 명이 살고 있는 환경 도시로 유명하다. 프라이부르크는 왜 환경 도시가 되었을까? 이 역시 도시 내부의 모순, 즉 당면한 문제상황의 해결로서의 산물이다. 모순을 활용한 새로운 구조화가 변환이다. 변환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변환의 작동 원리>
① 부정적 대립자들이 공존하는 평형 상태
(준안정적 환경)
② 대립자의 갈등과 긴장 관계에는 잠재에너지가 존재함
③ 우연적 사건으로 인해 잠재에너지가 운동을 촉발하고 상태 변화한다
④ 모순을 활용하여 새로운 구조를 발명한다 (개체발생)
프라이부르크 시청
부정적 대립자들 → 원자력 발전소 반대운동
프라이부르크의 환경 정책은 독일 흑림 지역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74년 서독은 프라이부르크 근교 비일(Wyhl)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는데, 포도밭 농민들이 원전에 의한 방사능 오염 가능성과 기온 상승에 따른 와인 생산에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 근교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 원자력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투쟁운동이 녹색 운동의 신화가 되었다. 당시 학생, 반핵운동단체, 보수층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였다.
우연으로 인한 잠재에너지 운동 →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원자력 폐기
또한 1980년대 산성비로 삼림 피해가 심각해지자, 독일 전역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시민운동이 확산되었다. 초기에 이 연합은 예술가,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대안을 찾는 작은 집단들일 뿐이었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느끼고 탈원전 정책에 뜻을 모으게 된다. 이에 프라이부르크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원자력의 영구 폐기를 결정했으며 1986년에는 독일 대도시 중 최초로 환경 보호부서를 설치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독일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
모순을 활용한 새로운 구조화
1) 에너지 효율 및 태양광 육성 정책
원자력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프라이부르크는 어디서 에너지원을 얻었을까? 자연을 보존하면서 도시발전을 하려는 것은 모순이다. 하지만 원자력 없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도시를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 프랑크부르크는 태양광 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게 된다.
특히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에서 가장 햇볕이 풍부한 도시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태양광 에너지 산업을 발달시키도록 정책을 바꾸었다. 프라이부르크는 시민 1인당 소유한 태양광발전장치 시설 수가 독일 내 가장 많으며, 실제로 프라이부르크 전체 에너지의 14~15%가 태양열로 충당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중심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보봉(Vaubong) 생태마을의 대부분 주택들은 저에너지하우스 또는 패시브하우스, 에너지플러스 하우스로 건설되었다. 패시브하우스는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하여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이고 에너지플러스하우스는 한 주택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이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낼 수 있는 건축물이다.
2)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교통 정책
프라이부르크 친환경 교통 정책의 핵심은 자동차는 불편하지만 보행자 및 자전거, 대중교통이 편한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주요 도심의 자동차 도로는 걸어서 이동하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도록 설계했고, 대신 버스와 열차 간 환승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중교통요금은 인하하는 등 보행자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
프랑크부르크 전체에 500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낮시간에 자동차가 구 시가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으며, 외각에서도 자전거와 차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있다. 또한, 자동차는 시내 외곽에 주차하고 전자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도심에 진입하도록 했다. 자전거 뿐 만 아니라 대중교통 트램을 장려하기 위해 대중교통 비용을 인하하고 지역 내 교통수단을 승차권 한 장으로 묶는 지역승차권(환경패스)을 도입했다. 그 결과, 최근 20년간 대중교통 이용자 수가 3배 늘어났다.
시내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
보행자 중심의 교통 정책의 효과는 주민들에게도 체감되기 시작했다. 프라이부르크는 1973년 일부 주민들과 상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도심의 대부분을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지정했다. 보행자 전용 도로가 만들어진 후 오히려 매출이 오르자 제한 구역의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 시내로 이어지는 간선도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동차 통행이 금지돼 있다. 거리 주차는 물론 집 차고, 도로에서 차고를 잇는 진입로 등이 일반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도시에서 살려면 우선, 개인주차장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유료 공용 주차장이 있기는 하나, 차 한 대당 주차비가 3700유로(약 500만원)이다. 마을 내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만일 교외로 놀러가거나 할 때는 마을에서 빌려주는 차를 이용한다.
프라이부르크 시내를 관통하는 전기트램
3) 프라이부르크의 폐기물 관리
프라이부르크는 폐기물 관리도 주요 친환경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이, 금속, 플라스틱 및 유리를 별도로 수거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쓰레기를 퇴비화 할 수 있는 쓰레기통을 설치해 음식물 폐기물도 별도로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바이오 폐기물은 바이오 매스 에너지로 전환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도시의 재활용률이 2018년 기준 70%로, 2020년 목표치인 65%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프랑크부르크는 종이 수요의 약 80%를 재활용 용지로 사용하고 천 기저귀를 사용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분리배출 강의, 홍보활동, 리사이클 전문 회사 설립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