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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Oct 17. 2022

8.3. 도시변환의 현장을 가다 (3)기타큐슈

8.3. 공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변환: (3)기타큐슈     


이전 단락까지 우리는 에너지 구조의 변화에 의해 새롭게 재구성된 유럽 도시들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일본 남쪽 규슈 지역에 위치한 기타큐슈(北九州)가 어떻게 죽음의 도시에서 생명의 도시로 거듭났는지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도시의 공동체가 바뀌는 과정을 변환 논리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변환의 작동 원리>

① 부정적 대립자들이 공존하는 평형 상태

(준안정적 환경)

② 대립자의 갈등과 긴장 관계에는 잠재에너지가 존재한다

③ 우연적 사건으로 인해 잠재에너지가 운동을 촉발하고 상태 변화한다

④ 대립자들의 갈등을 해결 가능하도록 새로운 구조를 발명한다 (개체발생)           

   

일본 규슈 남쪽에 위치한 기타큐슈


① 부정적 대립자들의 공존      


일본열도 서남쪽에 위치한 기타큐슈시는 1900년대부터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아와타제철소를 비롯해 나카바루화력발전소 등은 일본 성장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가 되자 시는 매연과 분진으로 점령당한 최악의 도시로 악명 높았다. 일본의 4대 공업지대의 하나인 기타큐슈는 1963년에 세계환경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로 지정되었을 정도였다.     


70년대까지 일본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한 것이 기타큐슈시의 제철소를 비롯한 공업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시민들은 자연을 빼앗겼다. 기타큐슈의 시민들은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시커멓고 악취를 내뿜는 무라사키 강가를 지날 때마다 으레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일본 기타큐슈 시내를 가로지르는 무라사키강.


② 갈등에 존재하는 잠재에너지     


시민들도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1956년에 개교한 시로야마 초등학교가 1977년에 폐교될 만큼 환경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아이들이 그리는 하늘은 검은색이거나 회색이었고, "왜 하늘이 푸른가요"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③ 우연적 사건으로 인한 상태 변화     


첫 움직임은 주부들로부터 시작됐다.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려는 주부들은 매연 및 아황산가스 농도와 피해상황을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는 기록영화까지 제작했다. 이 영화는 전국의 시민단체의 지지를 얻었다. 주부들의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행정관청에서 신속하게 움직였다. 시는 전문가의 협력을 얻어 철저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조사하고, 공해진단에 나섰다.     


주부들이 나서서 찍은 영화 <푸른하늘이 보고싶다>


1970년에 설치된 공해감시센터에서는 24시간 하늘을 감시하며, 공장의 대기오염에 관한 상세정보와 개선 지시를 내보냈다. 이 같은 노력으로 78년에는 이산화질소의 환경기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 대가는 엄청난 경비와 시간이었다. 72년부터 91년까지 시가 공해대책에 지출한 총액은 8천 43억 엔에 이를 정도였다.     


하늘과 더불어 기타큐슈 환경오염의 상징이었던 '죽음의 바다' 도카이만(灣) 소생작업도 진행됐다. 도카이만은 인근 제철소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로 푸른색이 아닌 적색을 띠었다. 산소함유율 제로(0)에다 물고기는 물론, 대장균조차 살 수 없을 정도였다. 도카이만을 몇 차례만 오가도 선박 밑 스크류가 부식될 정도였다.


적색으로 변한 죽음의 바다, 도카이만


④ 갈등을 해결하도록 새로운 구조발명     


1971년, 기타큐슈시는 ‘공해 대책국 (=환경국)’이라는 기구를 새롭게 설치하고 중앙정부의 법률보다 엄격한 「키타큐슈시 공해방지 조례」등을 새롭게 정하여 시내 주요 기업에 대해 공해 방지에 관한 협정체결 등 각종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 조례에 의거하여 시는 1974년부터 도카이만 바닥에 쌓인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한 준설공사를 벌였고, 모두 35만㎡의 침전물이 제거됐다. 이 공사에만 18억 엔의 예산과 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또한  「그린 키타큐슈 플랜」에 의한 대규모 도시녹화도 추진했다. 이러한 공해방지와 환경보전 시책과 기업 및 시민의 환경보전에 대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키타큐슈시의 환경은 대폭 개선되었다. OECD는 1985년의 환경백서에서 “회색의 도시로부터 녹색의 도시”로 변모한 도시로서 키타큐슈시 환경개선을 전 세계에 소개했다.

    

기타큐슈 고쿠라성


1997년 7월 키타큐슈시는 환경·재활용산업 진흥을 기둥으로 하는 「키타큐슈 에코타운 플랜」을 책정하여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에코타운 사업이란 「모든 폐기물을 다른 산업 분야의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가능한 한 폐기물이 제로가 되도록 함으로써 (Zero·Emittion)」 자원순환형 사회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키타큐슈 에코타운 플랜은 현재 시 북서부 히비키나다 지구를 중심으로 가전·자동차·페트병 외 많은 구체적인 재활용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이 구역에는 기업이나 대학 등이 연계하여 최첨단 폐기물처리 기술과 재활용기술의 연구개발을 하는 시설도 집적해 있어 새로운 환경관련산업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기타규슈시는 무려 30여년에 걸친 노력 끝에 잃어버린 하늘과 바다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한 번 잃어버린 환경을 되찾기 위한 대가는 엄청나다. 죽음의 도시에서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생태도시로 구조적 변환에 성공한 기타규슈시를 통해 한국의 도시가 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다.


기타큐슈의 모지항 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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