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설 모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체 May 26. 2024

아이와 미래

*

 한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어느 날 창고에 한참이나 움츠려 있더니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야겠다고 생떼를 썼다. 아이의 부모는 병원에도 데려가 보고 굿도 하면서 아이를 낫게 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아이는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마음의 문을 닫았다. 고심 끝에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말한 사람을 찾아 나서는데. 놀랍게도 아이가 말한 그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 남자는 대기업에 다니는 워커 홀릭이었고 아이의 얘기를 듣고 황당해하였다. 아이는 남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제대로 살아야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당신을 위한 삶을 살기 바래요.”


  아이는 자신의 삭막한 미래가 싫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남자는 황당했지만, 점점 아이의 말이 자신을 옥죄어 오는 것을 느꼈다. 이후 남자는 지난 과거를 되짚어보며 후회되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이 무언지 고민하였다. 아이는 점차 회복되어 가고 있었고 남자가 달라지고 있음을 자신의 미래를 통해 확인했다. 아이는 자신의 초등학교 모습도 이전과 같지 않음을 보았고 청소년의 모습도 성인이 되어 사랑을 하는 모습도 바뀌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는 한 편 남자는 아이를 찾아 나섰다. 어렵게 찾은 아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니가 나의 과거라면 니가 제대로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니니?”

  아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은 느리게 가기 마련이죠. 아저씨는 이미 내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가 있기 때문에 운명이 바뀌려면 아저씨가 바뀌는 게 더 나았던 거죠.”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말을 듣고 남자는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는데, 과거가 아닌 빠른 속도로 앞서가는 미래로 인해서 과거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졌다.


  “아저씨가 느리게 갈수록 나를 만나는 시간은 가까워져 올 거예요.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서 만나는 게 아닌 이상 그 순간에 우리 중 한 명은 죽게 되겠죠. 아저씨이든, 나 이든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인생을 잘 살도록 해봐야죠. 우리 그 여자는 놓치지 말고 살도록 해요. 나도 그 여자가 마음에 들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먼지의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