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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민 Jan 18. 2018

[D+2-1 세계일주 - 인도, 델리]

인도, 델리

[D+2-1 세계일酒]

베이징에서 델리로 환승하는 티켓이므로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비행기 탑승 후 기억은 없다. 출발 며칠 전부터 많은 술자리가 있었고, 쓸 때 없이 여행 관련 책을 많이 구매한 덕분에 잠을 못 잤다. 사실 계획은 출발 이 주전부터 금주를 하며 독서와 운동을 하며 지체를 단련하려 했으나 출발 전 날까지 일주일간 술을 마셨다. 하지만 술을 원망하진 않는다. 술은 언제나 죄가 없다.

내가 베이징 환승 티켓을 구매하고 환호를 했던 이유는 환승 대기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였고 가격이 29만 원으로 무척 저렴했다. 

베이징에 도착했고 예상대로 베이징 하늘은 때가 낀 유리창처럼 답답했다. 가방에서 발열이 느껴져 열어보니 카메라가 켜지질 않는 것이다. 이미 이때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응 알았어, 그래 도난 계획 여행할 거야"라고 대상도 없는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얘기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쩌다 전원이 켜져서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거야, 아니야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가방을 수화물 칸에 과격하게 밀어 넣다가 파손된 거야, 파우치 안에 들어있는 카메라 전원이 갑자기 왜 켜져? 등등 환승 출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카메라 때문에 내 머리 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줄이 꽤 길었고, 이 정도 시간이면 환승이고 뭐고 거의 직항처럼 기다리는 지루함이 없이 갈 수 있겠다 스스로 위로하며 계속 카메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근데 순간 번쩍 하며 머리 속에 "에어차이나 베이징행에서 환승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없잖아 병신아"라고 내 뇌에서 그나마 똑똑한 녀석이 얘기를 해줬다. 아뭔가 잘못되었다. 카메라에 정신 팔려 이상한 곳에 왔구나.

이제 시간은 델리 출발행 탑승구까지 40분 남았고, 베이징 환승 구역엔 직원도 인포메이션센터도 없었다. 아니 내가 못 찾았다. 인천공항 발권 불가 사건 때와는 급이 다르게 불안감과 불길한 예감이 찾아와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었고 일단 어디론가 뛰었다. 하 가방 25kg를 얼마나 집어던지고 싶었는지.

환승 구역까지 빠르게 진입했고 30분 남았다. 좁은 통로에 인도 가족들이 막고 있는 걸 보며 "어 잘 찾았군. 하지만 비행기 못 탈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빨리 가면 승산이 있어.

중국공항 검색대는 내 기내 가방을 모두 열어보라고 요청했다. 난시 간이 없다고!!! 이런 식의 공항 검색 요청은 처음이었다. 내 잘못도 있다. 시간이 없어 검색대에 시계와 복대를 당황해서 넣지 않았고 미화가 많은 복대와 힙색을 수상하게 여긴 검색대는 심심하던 찰나 즐겁겠다는 표정으로 날 털었다. 아드레날린은 나올 만큼 나왔고 내 전투력은 한계점을 찍었다. 느려 터진 검색원에게 주먹을 한 대 날리고 다시 편안하게 한국으로 송환을 당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시계를 확인하니 20분가량 남았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 중국 북방계 얼굴로 온화하게 웃으며 같은 동족끼리 고만하자 라는 표정으로 델리행 티켓 타임을 보여주자. 뭔가 재미있는 일이 끝났다는 뉘앙스로 날 보내줬다. 맙다 개새 X야라고 속으로 소리 지르며 뛰었다.

공항이 너무 크다. 미친 듯이 뛰며 게이트 위치를 물어 출발 시간에 맞춰 겨우 도착했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정말. 간절하게 맥주 한 잔이 마시고 싶었다. 아 이제 정말 인도에 갈 수 있겠구나. 아 정말 기쁘다. 근데 너무 쫄린다. 

출발시간이 되었는데 이상하게 보딩을 안 한다. 

중국 직원에게 물어보니 "나도 비행기 언제 도착하는지 몰라. 그냥 기다려 "라고 대답했다. 환장하겠네. 내가 시간 맞춰 오려고 어떻게 했는데.

결국 비행기는 4시간이나 연착했고, 고장 난 줄 알았던 카메라는 배터리 방전이었다. 

난 그렇게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노프라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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