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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Feb 25. 2021

나는 5살에게 절대 태블릿을 쥐여주지 않는다.

는 말은 사실 뻥이다. 지금도 자주 틀어준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끊은지 오래되었다. 집에 텔레비전은 당연히 없다. 텔레비전 없는게 예전엔 엄청난 자랑거리였는데, 사실 뭐... 태블릿이 있으니까 그다지 큰 자랑거리가 아님을 인정해야겠다.


예전엔 요리 하거나 청소할 때 아이패드를 쥐여줬다.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부터 아이패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거까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유튜브 키즈 앱은 자극적인 광고가 중간에 삽입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여러 가지의 콘텐츠를 마음대로 끊어보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자극을 바라고, 조금만 지루해서 싫증과 짜증을 반복했다. 나와 놀이를 하고 있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말을 비꼬았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놀이 중에 비꼬게 되는 이상한 신경전이 발생했다. 하여 나랑 있을 땐 아이패드가 없다. 대신 DVD 플레이어를 볼 때는 있다. 이 또한 조작법을 아이가 알고 있다. 해서 나랑 무조건 같이 본다.  내가 곁에 있지 못하는 순간은 절대 틀어주지 않는다.


며칠 지나니까 태블릿을 안 틀어주고 집안일을 하거나 잠깐 화장실에 갈 때 "아빠가 미워!" 라고 하며 직접 말로 표현한다. 게다가 졸리면 짜증이 배가 되고, 흥분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나는 끝내 태블릿을 보여주지 않는다. 태블릿을 보여주면 얌전해질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나와 단절될 것 같다.


심심하다면서 어떻게든 놀려고 한다. 놀아달라고 엄청난 투정을 부리면서도 혼자로 갖가지 물건들을 연계하며 놀고 있다. 그래도 엄마는 퇴근하면 아이의 요구에 따라 보여준다.


이 의견에 대해 토론해봤는데, 사실 처음엔 내 의견을 따라주지 않는 와이프를 끝까지 눈흘겨 지켜봤다만,

엄마가 오면 긴장도 풀려야겠고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엄마도 그렇게 아이의 웃는 모습, 집중하는 모습이 보고 싶고, 아이도 영상을 보는 그 순간을 위해 엄마를 더 그리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법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말이다. 


어쨌거나 내 입장을 지키긴 해야겠다. 그리고 이런 다짐이 쉽지않다. 아빠 본인이 노트북과 휴대폰을 아이 앞에 두고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없겠다.


아이에게 지키라고 부모가 강제로 약속해놓고 안 지키는 꼴이다. 아이 입장에선 억울하고 부모가 얄미울 수 있다. 그래서 슬며시 내가 했던 다짐을 놓아보기도 한다. 힘들면 다시 아이패드를 꺼내주기도 한다. 마음가짐은 느슨하게 하련다. 어차피 육아는 부모가 정신건강이 좋아야 재미있고 유익하며 그래야 아이가 사랑스러운 것이 아닐까.


수많은 열정 육아 서적을 읽고 죄책감에 휘말려 여러 가지 다짐으로 아이와의 벽을 만들고 여러 가지 규칙을 통해 통제하는 일상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긴 역시 평범한 부모에겐 어렵다.


그냥 육아는 내가 즐거우면 되고 육아 서적은 많이 읽어두면 좋을 뿐 그들을 따라가고 신봉하고 종교처럼 여기진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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