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Review
대게 사람이라면 노동으로 지친 몸을 끌어주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성취와,
그 알맞은 평가에 의한 고양감일 테다.
반대로 그에 따라 기준 없는 비판과 비평에 의해 내가 폄하되는 것, 그 평가가 온당치 못하다는 것들이 억척스레 버틸 힘을 앗아가는 것들이기도 하다.
버텨낸다는 것. 생각보다 별거 아닌 것들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모두에게 평가받는다는 점이다.
내 논리에 관심 있지 않은 자가 논리적이지 않은 박한 평가를 내거나,
내 커리어를 후려치는 것 역시 감당해야 하는 이 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은 우리 업에서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은 아니다. 어디서든, 같은 경험으로 존재한다.)
해서 안암을 운영하는 2년 반동안,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이 흉으로 다가오는 것들에 일희 일비 하기도 했고,
그런 과정을 묵묵히 참아내다 어느 날 엔간 손님이나 직원에게 티가 나기도 여러 번이다.
피해의식이 없기 쉽지 않다. 심했던 시기엔 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 악플러로 보이기도 했다. 내 노력의 산물이 폄훼되고, 들인 시간과 공이 가치 없다고 절하되고 있는데 이유조차 납득이 안될 땐 분명 그런 순간들이 여러 번이다. 이젠 여러모로 버텨내는 방법들이 생겼기에, 이젠 심드렁하게 이겨내지만.
그렇대도, 함부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에 몸서리쳐 질정도로 심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내 주제가 뭐길래, 누굴 평가하겠나. 싶은. 그 덕에 주변인들이 별생각 없이 평가하는 말들이나, 내가 했던 언행을 다른 각도에서 마주하고 반성하기 바쁘다. 이젠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리던 연예인들에 대한 가십 역시, 인생의 측면에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이 소비한 익명성이라는 가치는 생각보다 사람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구나, 하는. 딱히 좋은 기분은 아닌 "평가"에 대한 관점이 생겼다.
헌데 최근 개인적인 일로 어렸을 때부터, 직장에서부터, 수많은 삶의 경험에서 만난 사람들을 마주하며,
안암을 오픈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구나를 알았고, 그 과정을 지나 지금은 내 생각보다 나를 지켜보는 눈이 많구나, 그리고 그들이 평가하는 내가 내가 평가하는 나보단 조금 괜찮구나.
혹은 괜찮아졌구나를 느낀다. 나만 알고 있다 생각했던 진보적인 성장에 관한 욕구를 남들도 다 지켜보고 있었구나. 싶은. 그래서 조금 괜찮아졌다. 나는 하잘데없고, 설득력도 없는 무언가에 시간을 버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구나. 나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있다는 게 참 고마웠던 순간들이 있다. 돌아보면, 쉽지 않거든. 내가 알던 사람이 진심으로 잘되길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게, 그 사람은 그럴 자격 있다고 생각해 주는 게 나쁜 삶을 살지 않았구나 싶었다.
나의 그다음을 궁금해하고, 그 많은 시간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꼭 나를 식물 키우듯 면밀히 관찰하진 않겠지만, 자기 삶을 살다 찰나에 슬쩍 보는 게 전부일지언정, 나의 지인들의 시선이 머물러 간다는 게 꽤 고맙기도 하다. 물론 너 잘되나 보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게 관심 가진다는 것. 꽤 의미 깊은 일이다.
연말을 기점으로 5인 이상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존 문법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면, 진보해야만 하고,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는 그 틈에서 그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소속된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한 만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나나 직원들이나, 가게가 없어지면 곤란한 입장인 건 마찬가지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눌러 생성된 시장에서 지금껏 비즈니스를 영위해 왔고, 화폐가치의 하락이 지속되며 미친듯한 물가상승을 겪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생존을 해야 하는 방식에 다양화가 생기겠지만 안암의 영속성만이 다른 브랜드의 성장에 필요한 중추적인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된다. 주에 5-10회까지도 면접을 보고 있고, 괜찮은 친구들이 남아 동료들과 잘 어울리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최근엔 우리가 가진 비전이나, 지향하는 방향성 등을 자주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안암을 프로토 타입으로 시작하면서 구체화되어있던 비전도 있고, 거기에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로 더 세밀화된 정도라 면접자들에게 회사가 되고, 그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게 어렵지 않다.
나도 꽤 구체화된 꿈을 꾸고 있고, 그 방법에 대한 고민도 잘해왔고, 실행력 있게 시도하기 위한 과정도 차곡차곡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뭐 물론, 잘되야 10년은 걸릴 일이지만. 그 사이에 꼬꾸라질지도 모르는 모든 순간에 너무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끊임없이 시도해야, 언젠가는 잘될 테니.
결혼
적었듯, 사적인 일로 과거의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게 결혼인데, 이게 해보니 참 사업이다.
(그 말은 아니지만, 웨딩산업도 굉장한 사업이란 생각을 하긴 한다.)
1년짜리 사업을 진행한 느낌이다. 끊임없는 미팅, 미팅을 통해 선택하고 결론짓는 수많은 의사결정, 콘텐츠 확보와 콘텐츠 생산, 그 결혼이란 과정 안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성 등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수많은 노하우를 경험하고, 디테일을 경험한다. 사람들이 수없이 비슷하게 생긴 웨딩 홀에서 결혼을 진행하고, 비슷한 드레스를 고르거나 예복을 맞추는 등, 그 과정으로 지탱되는 수많은 비즈니스를 스쳐가면서 참 신선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콘텐츠 생산/인프라구축/콘텐츠 제공플랫폼 등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밀화해서 이해하기 쉬운 시장이기도 한데, 또 롤플레잉 게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게임에 나오는 선지자 또는 길라잡이(플래너)가 제시하는 몇 가지 질문 중 선택을 통해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도, 결국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하게 되는 것 역시 결혼의 과정 자체가 인생의 축소판으로 느껴졌다.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11/18일로 결혼식이란 프로젝트가 끝나고, 결혼한 유부남의 삶이 시작된다. 이건 또 어떨까. 궁금한 측면이 많다.
생존
자영업자가 된 후로 생존은 언제나 가장 정점에 있는 필수요소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영업자는 리스크는 높고 이윤은 적다는 생각이 자리했다. 밀물 썰물에 쓸려내려 갔다 돌아오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되거나, 혹은 썰물에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밀물에 밀려나가지 않도록 간곡히 기도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마지노선. 그게 자영업자가 실제로 서있는 데드라인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는 자기 직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서 꽤 많은 것들을 직접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든 생각은, 몰매 맞는 사장을 외면하는 직원들에게 섭섭해하지 말고, 시스템으로 똘똘 뭉쳐 좋은 시기, 안 좋은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결론.
이제 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자영업을 할 사람인가의 기로에 섰다.
어떤 이에겐 사업가가 사기꾼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지만, 나는 내가 지켜내고 싶은 사람들을 잘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능력을 키워내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인다.
사기꾼은 지켜낼 본질이 없는 사람들이고, 사업가는 지켜낼 본질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어떤진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안 좋은 시기에 나는 사업가가 되길 꿈꾼다.
앞으로의 우리 앞에 버텨내야 할 끊임없는 파고를 버텨낼, 좀 더 커다란 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