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선물
새벽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침묵이 짙게 깔린 병실에서, 그녀는 마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는 가수처럼 고요히 숨을 골랐다. 희미한 창문 틈으로 달빛이 스며들며 그녀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췄다. 그 순간, 그녀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멜로디였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둔 듯한, 그러나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노래였다.
나는 그녀 곁에 앉아 손을 꼭 잡았다. 손바닥에 남은 그녀의 체온은 점점 희미해져 갔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선명해졌다. "엄마…." 하고 이름을 부르려다 나는 목이 메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 노래는 너를 위한 거야, " 그녀는 속삭였다.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선물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낡은 오르골처럼 간헐적이었지만, 그 음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단단히 새겨졌다. 그녀는 자신의 지난날을 노래했다. 첫사랑의 떨림, 내 이름을 처음 불렀던 순간, 그리고 우리가 함께 웃고 울었던 나날들. 모든 것이 그 한 곡 속에 담겨 있었다.
시간은 멈춘 듯 느리게 흘렀다. 그 사이 창문 너머로 아침 햇살이 비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마침내 멈췄다. 병실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그녀의 마지막 노래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별의 선율이면서도 희망의 리듬이었다.
장례식이 끝난 후, 나는 혼자 남아 엄마가 부른 노래를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그 선율을 흥얼거리며 그녀의 흔적이 담긴 집 안을 걸었다. 그녀의 손길이 머물렀던 오래된 피아노, 주름진 사진첩,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까지 곁에 두었던 낡은 곰 인형. 그 모든 것들이 노래 일부가 되어 나를 감싸는 듯했다.
그날 밤, 나는 엄마의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노래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실제로 적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녀의 삶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일기장에는 내가 태어난 날의 기쁨과 내가 아팠던 날의 걱정, 그리고 내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의 자부심이 적혀 있었다.
나는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들아,
넌 언제나
나의 빛이었지.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곳엔 한 마리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그것은 엄마의 노래처럼 들렸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남긴 여운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속삭였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노래는 제가 이어갈게요."
그녀의 마지막 노래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의 새로운 서곡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선율을 가슴에 품고, 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아침 해가 창가를 밝히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그것은 슬픔이 아닌, 희망의 선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