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은 사랑이다.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바쁜 삶 속에서 한숨은 흔한 소음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그 한숨은 너무도 익숙했다. 숨결 끝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작은 떨림, 그것은 엄마였다.
엄마는 종종 한숨을 쉬곤 했다. 때로는 피곤해서, 때로는 걱정이 많아서, 혹은 나 때문에. 어릴 적엔 그런 한숨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왜 항상 저렇게 한숨을 쉬실까?’ 어린 마음엔 불만도 생겼다. 하지만 인제 와서야 안다. 그 한숨이야말로 엄마가 우리 가족을 지탱하던 가장 깊은 사랑의 증거였다는 것을.
엄마는 한숨 속에 말을 담았다. 직접 꺼내놓기 힘든 이야기들,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과 기쁨, 그 모든 것을 한숨이라는 숨결 속에 녹여냈다. 그 한숨은 때로는 묵직했고, 때로는 가벼웠다. 하지만 늘 진실했다. 엄마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었는지를 그 한숨이 알려주었다.
엄마의 마지막 한숨은 병실에서 들렸다.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던 그 순간. 내 눈앞의 엄마는 그 한숨과 함께 모든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한숨은 단순한 피로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마가 살아온 시간, 그 무게와 흔적이었다.
엄마가 떠난 후, 집안 곳곳에는 한숨의 잔향이 남아 있다. 침대 맡에서 들리던 그 소리,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쉬던 한숨, 그리고 내 어리광을 받아주며 몰래 내뱉던 숨소리. 이제는 더는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되었지만, 그 소리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한숨 쉬지 마, 안 좋은 기운이 생기니까."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숨은 사랑이었다. 한숨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한숨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엄마가 자주 앉던 창가를 바라본다. 햇빛이 드리우던 그 자리에 앉아 한숨을 쉬곤 했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곳에는 따스함과 고요함이 함께 있었다. 그 순간 엄마는 세상의 모든 걱정과 무게를 품고도, 우리가 행복하길 바랐다.
창가에 놓인 빈 의자를 보며 나는 다짐한다. 그곳에 깃든 엄마의 숨결을 이어받아 나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나는 오늘도 한숨을 쉰다.
엄마가 남겨준 그 사랑의 방식대로.
그 숨 속에 담긴 온기와 무게를 기억하며. 그래서 나의 한숨은, 엄마의 그것처럼 가장 소중한 한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