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떠난 그날, 집 안의 모든 시계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베개 위에는 아직 엄마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고, 탁자 위에는 마시다 만 차 한 잔이 아직도 식지 않은 듯 보였다. 그곳은 시간의 틈새였다.
어쩌면 나는 그 방에 갇힌 걸지도 모른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듯한 침묵 속에서, 그녀가 남긴 흔적들이 말을 걸어온다. “밥 먹었니?” 하던 따스한 말투와 "옷 좀 따뜻하게 입어라"는 잔소리까지. 엄마는 없는데 엄마가 있었다.
이따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시간이 멈춘 것 같을까? 아마도 엄마를 보내야 할 때를 미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방을 치우면 정말로 엄마를 잃게 될까 봐. 그녀의 흔적이 사라지면 내가 잊을까 봐.
그러나 문득, 엄마라면 뭐라고 하셨을지 떠올랐다. “왜 방 안에만 있어? 나가서 바람도 쐬고, 웃으면서 살아야지.” 엄마는 아마 내가 이 방에 갇히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흔적 속에서만 살기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길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 방에 머무르지 않기로. 엄마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사랑을 품고 나아가기 위해. 나는 천천히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좋아했던 꽃병에 새로운 꽃을 꽂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방은 멈춘 시간이 아니라, 내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곳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