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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꿈꾸는 청년들

타슈켄트 한국어센터 현장 르포:

by Miracle Park


#타슈켄트 도심, 한국어 학습 열풍의 현장

타슈켄트 중심가에 위치한 세종학당과 한국문화원 앞에는 매일 오후가 되면 20대 청년들이 줄을 선다. 2024년 기준,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어 학습자는 약 5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타슈켄트에만 2만여 명이 집중되어 있다.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전 세계 세종학당 운영 국가 중 학습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문화원의 2024년 보고서는 한국어 수강 신청이 개강 첫날 2시간 만에 마감되는 현상을 기록했다. 특히 TOPIK(한국어능력시험) 준비반과 취업 한국어 과정은 경쟁률이 10:1을 넘는다. 이는 단순한 언어 학습 붐을 넘어, 한국 취업을 향한 구체적 준비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강생 프로필: 누가, 왜 한국어를 배우나

세종학당재단의 2024년 학습자 통계를 분석하면, 우즈베키스탄 한국어 학습자의 명확한 특징이 드러난다. 전체 학습자의 72%가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청년층이며, 이 중 65%가 대학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다. 전공 분야는 경영학, 정보기술, 관광학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학습 동기의 변화다. 2019년까지만 해도 'K-pop, 드라마 등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1순위였지만, 2023년 이후에는 '한국 취업 및 유학'이 압도적 1위(58%)를 차지한다.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문화원의 인터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향후 3년 내 한국 방문 또는 체류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수강생들의 평균 학습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6개월~1년 단기 과정이 주류였지만, 현재는 TOPIK 4급 이상 취득을 목표로 2년 이상 장기 학습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 취업 시장에서 요구하는 언어 능력 수준이 명확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학습 동기의 이면: 경제적 현실과 미래 전망

한국어 학습 붐의 배경에는 우즈베키스탄의 경제적 현실이 자리한다. 2024년 우즈베키스탄의 평균 월급은 약 250만300만 숨(약 22만27만 원)이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들은 월 200만~3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정보가 SNS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현지 인터뷰에서 만난 한 수강생은 "타슈켄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 월 400달러를 받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일로 2,0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한국행이 현실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세종학당 강사들도 "학생들이 수업 중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이 표현을 한국 회사 면접에서 쓸 수 있나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핵심 사례: 한국 취업을 준비하는 세 청년


-사례 1: 디나라(가명, 24세) - IT 개발자의 꿈

타슈켄트국립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디나라는 2년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녀는 이미 TOPIK 5급을 취득했지만, "비즈니스 한국어와 IT 전문 용어를 더 공부해야 한다"며 심화 과정을 수강 중이다.


디나라의 목표는 한국의 IT 기업 취업이다. 그녀는 한국어 학습과 병행하여 온라인 코딩 부트캠프에 참여하고, 한국 기업의 채용 공고를 매일 확인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개발자로 일해도 월 500달러가 최고지만, 한국에서는 경력을 쌓으면 3,0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디나라는 2024년 하반기 한국산업인력공단의 E-7 비자(특정활동) 프로그램에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어센터 선생님이 E-7 비자 준비 과정을 알려주셨고,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 두 명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사례 2: 자파르(가명, 26세) - 건설 현장에서 관리직으로

자파르는 타슈켄트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형이 2022년부터 한국 경기도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보내는 송금액이 가족 생계의 주요 원천이 되면서, 그 역시 한국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자파르의 목표는 단순 노동이 아니다. "형은 한국어를 못해서 힘든 일만 한다. 나는 한국어를 배워서 현장 관리직이나 통역 업무를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현재 TOPIK 3급을 취득한 그는 건설 관련 전문 용어를 따로 정리하며 공부하고 있다.


자파르는 한국문화원에서 제공하는 '취업 한국어 특별반'을 수강하며,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 연습을 병행한다. "선생님이 한국 회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태도와 말투를 가르쳐주신다"며 실용적 학습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2025년 상반기 E-9 비자(비전문취업)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례 3: 니기나(가명, 22세) - K-뷰티에서 기회를 찾다


타슈켄트관광대학을 졸업한 니기나는 K-뷰티 산업에 매료되어 한국어를 시작했다.


"타슈켄트에도 한국 화장품 매장이 많지만, 본사에서 직접 일하며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니기나는 현재 TOPIK 4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화장품 기업의 채용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어센터에서 만난 친구들과 '한국 취업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우리 그룹에는 10명이 있는데, 모두 한국 회사에 지원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니기나의 계획은 먼저 한국 뷰티 기업의 우즈베키스탄 지사에 입사한 후, 본사로 파견되는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이미 두 명의 선배가 이런 방식으로 한국에 갔다. 나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며 구체적인 롤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어센터의 역할: 언어 이상의 가교

세종학당과 한국문화원은 단순한 언어 교육 기관을 넘어, 한국 취업의 실질적 게이트웨이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TOPIK 시험 준비뿐 아니라 한국 기업 문화, 비자 절차, 이력서 작성법 등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2024년 한국문화원은 '한국 취업 박람회'를 개최하여 한국 기업 인사 담당자와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을 직접 연결했다. 세종학당재단도 우즈베키스탄 학습자들을 위한 온라인 취업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채용 공고와 비자 정보를 제공한다.


현지 강사들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명확해지면서 학습 동기와 성취도가 모두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화된 기대를 갖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실적인 정보 제공과 균형 잡힌 시각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 이동의 시작점

타슈켄트 한국어센터는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단순한 언어 학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구체적 준비이며, 국경을 넘는 꿈의 실현 과정이다. 디나라, 자파르, 니기나의 사례는 수만 명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이 걷고 있는 공통된 길을 보여준다.


이들의 선택은 개인적 야망이자 동시에 경제적 필요의 산물이다. 한국어 학습 붐은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글로벌 노동 시장 재편과 청년 이동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음 회에서는 이들이 실제로 한국에 도착한 후 마주하는 현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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