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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통제에 대한 욕구

혼돈을 거부하는 뇌

by Miracle Park Mar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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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인간 영혼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과 같다."  



우리는 매일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부터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결정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예측하고 계획한다.


그런데 만약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면? 내일의 날씨도 모르고, 직장의 미래도 알 수 없고, 심지어 친구가 내일 나를 어떻게 대할지도 예측할 수 없다면? 아마도 우리는 깊은 불안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예측 가능성을 강하게 원한다. 예측 가능성이 곧 안전이기 때문이다.



#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욕구
인간의 뇌는 패턴을 찾는 데 특화되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률적 학습(probabilistic learning)’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뇌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키운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초록불일 때 건너면 안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배운다. 만약 신호등이 매번 무작위로 바뀐다면? 우리는 길을 건너는 것조차 두려워할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예측 가능성을 통해 안정을 느낀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심지어 부정적인 결과라도 확실할 때 스트레스가 덜하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보다는 이미 해고 통보를 받은 후의 상태가 심리적으로 더 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정된 고통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 통제욕의 심리학적 메커니즘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통제감을 느낀다. 통제감을 잃는 순간, 우리 뇌는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불안을 유발한다. 이는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는 심리학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통제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주사위를 던지게 하고, 원하는 숫자가 나오도록 강하게 던지거나 약하게 던지도록 지시했다. 물론, 주사위의 결과는 무작위였지만 참가자들은 힘을 조절하면 원하는 숫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믿었다.


이처럼 우리는 삶에서 작은 통제권이라도 쥐고 있다는 착각을 할 때 안도감을 느낀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카지노에서 사람들이 슬롯머신을 직접 당길 때와 자동으로 작동할 때의 심리적 차이를 들 수 있다. 직접 당길 때 더 큰 승리의 가능성을 느끼는 것은, 실제 확률과 무관하게 인간이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 통제와 불확실성의 균형 잡기
그렇다면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불확실성 수용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면 불안이 줄어든다.


 둘째, 작은 통제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시험 결과는 통제할 수 없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통제할 수 있다. 이처럼 삶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셋째,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인지적 유연성이 높은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더 빠르게 적응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여행 계획이 취소되었을 때, 인지적 유연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활동을 찾아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결국, 우리의 뇌는 혼돈을 거부하지만, 완전한 통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적절히 받아들이면서도,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심리적 안정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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