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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민족, 단일 언어'가 우리의 자랑일까?

- 당신에게 여쭙니다

by Miracle Park


"소용돌이(vortex)는 모든 걸 빨아들이지만 정작, 그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그레고리 헨더슨

한국은'소용돌이 국가'다. 미국 외교관 그레고리 헨더슨의 말이다. 그는 저서 <소용돌이 한국 정치>에서 한국은 모든 것이 '태풍의 눈'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말했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요소가 중앙으로 몰리고, '인재와 부(富)' 역시 서울로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곧 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말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모든 인력과 자본은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 정치와 금융의 1번가인 여의도, 문화 예술의 도시는 홍대 거리, 사교육의 중심은 대치동으로 대표된다. 대한민국의 중앙집권적인 모습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가 서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생각일 뿐이다. 외국인이 볼 때는 개성이 아니라 '몰 개성'이고 도전적인 모습이 아니라, '모험을 피하는 중년'으로 비친 것이다.


또한 체제는 자본주의지만 '의식은 사회주의'로 보는 다소 이색적인 견해도 눈에 띈다.


'때로는 우리 자신보다 외국인들이 우리를 더 잘 안다.'


조선 일보의 칼럼 리스트 김태훈 기자의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아닌 척해도 외국인의 날카로운 눈을 속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독재 정부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리고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DNA 속에 과거의 잔재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우리끼리는 모르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니까 더욱 놀라운 일이다.

'단일 민족'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언어도 하나, 민족도 하나인, 순수한 혈통을 가진 민족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한국말을 너무 사랑하기에 10년 넘게 배워도 영어로 소통하기 어려운 걸까. 순수 혈통이 중요하기에 외국인 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걸까. 누구의 잘못이고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당혹스러운 게 현실이다.


송병록 경희대 교수는 문화 일보에 '다 인종 국가로 대 전환 필요하다'는 칼럼을 썼다.

'20018년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33만 명,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1500만 명을 넘었다. 전 세계 176개국에 720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이어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을 인용, '외국인에 대한 호의'가 세계 평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오랫동안 '단일 민족, 한겨레, 순수 혈통' 등의 단어를 사용해왔다. 이는 '다문화, 다 민족, 다 언어'라는 새로운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위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한국은 현재 '닫힌 국가'에서 '열린 국가'로 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


전반적인 시스템은 '열린 사회'를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아직 '닫힌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묵은 습관을 깨려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단순히 소수의 지도자가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같은 외국인을 봐도 출신 국에 따라 우리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온 '금발의 백인 고졸 마이클'과 '흑인 엘리트 뚜띠'라는 가상의 인물을 떠올려보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엄연히 '선입견과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가 약 3300만 명 정도인 나라다.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약 2배 정도 넓다. 100여 개 민족이 살고 있고, 러시아어가 공용어이지만 이밖에도 우즈베크어, 카작어,카르칼팍어 등 여러 가지 언어를 섞어서 사용한다.


따라서 다 인종, 다 언어, 다문화 국가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굳이 캠페인을 할 필요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글로벌 감각'을 보유한 채 살아간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중앙아시아에서 우월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최근에는 한국어도 목숨을 걸고 배운 '세계 시민' 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생활 속에서 배우게 된다. 이제 한국을 롤 모델로 하여 경제발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돈은 나중에 벌면 된다. 그러나 뼈 속 깊이 자리 잡은 '고정관념'은 삼국지 속 ‘명의(名醫) 화타’도 치료하기 힘들다. 한국에 비해 우즈베키스탄의 발전 속도와 경제 수준은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간파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코리아 신드롬'을 롤 모델로 정하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단기간 내에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나라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성실하고 똑똑한 민족'임은 부정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못 갈 나라가 없을 정도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과 '국수주의'를 탓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한겨레, 단일 민족'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다 인종, 다 언어, 다문화'국가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팍스 로마나'를 300년 동안 유지한 비결을 '로마의 길'이라고 말한다. 총길이 15만 Km에 이르는 '개방된 길'을 통해, '유럽 , 중동, 북 아프리카'를 묶는 경제 벨트를 만들었다. 지금의 '유럽 연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에 건설된 중국의 '만리장성'은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을 상징한다. '개방과 단절' 중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앞으로 다가올 22세기는 '다중 언어, 다중 문화, 다중 인종'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제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에 다음과 같이 한 가지만 보태면 된다.

“너의 것도 좋은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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