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수교 25주년을 맞이하여 작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국빈 방문하였다. 그만큼 두 나라의 인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깊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는 타슈켄트이며 국토 면적은 44만 7,400Km로 한반도 면적의 약 2배 정도가 된다. 인구는 약 3300만 명이며 이중 300만 명 정도가 수도인 타슈켄트에 집중되어 있다. 130개의 민족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국민 88%는 수니파 모슬렘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현재 461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있으며, 對우즈베키스탄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자동차, 중장비 등이다. 반대로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에 우라늄, 펄프, 면사, 질소비료 등을 수출하고 있다. 한류 드라마인 <겨울 연가>, <주몽>, <대장금>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삼성과 LG 등의 전자제품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특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차녀 가족이 서울에 거주한 적이 있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하여 경제, 문화, 통상 등의 분야에서 서로 협력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최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한국 배우기’ 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 국민의 한국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의 여파로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으며, 각급 학교의 한국어 수업은 인기 강좌가 되었다. 한 예로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의 한국어 강좌에 신청하기 위해 정원을 초과한 수강생들을 위해 추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타슈켄트 시내 곳곳을 다니다 보면,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한국인을 반기는 현지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택시를 타거나 시장에 가서 가격 흥정을 할 때도 ‘김연아, 박지성, 이영애’ 등의 한류 스타의 이름을 대면서 친밀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구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공용어로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최근에는 우즈베크어를 권장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따라서 인사말과 간단한 수준의 영어 회화를 제외하면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해외 유학을 다녀온 일부 고위층과 젊은 대학생의 경우에는 영어가 통하기도 하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을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등의 현지어를 배운다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학, 비즈니스 등의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다면 한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을 구하면 된다. 타슈켄트에는 동방대, 니자미대 등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어서 한국어 통역요원을 찾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지방의 경우에도 사마르칸트 외대, 부하라대, 나망간대 등에도 한국어학과가 개설되거나 제2외국어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언어 때문에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은 애초에 안 해도 된다. 물론 단시간 내에 현지에 정착하려면 현지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입국 초기에 언어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본래의 방문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점은 주의하기 바란다. 특히 러시아어는 한국인이 배우기에 어렵기로 정평이 난 외국어 중 하나다. 유럽계 언어의 특성상 남성형, 여성형, 중성형 등의 복잡한 문법과 변화무쌍한 격변화로 인해 초기에 불타오르던 러시아어 학습 의욕은 단 하루 만에 막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반면 우즈베크어는 한국어와 같은 알타이 어족에 속하는 언어이므로, 문법 구조가 유사하여 러시아어와 비교하면 학습하기가 비교적 쉬운 언어에 속한다. 그러나 외국어를 정복하는 것은 꾸준한 학습과 반복 훈련만이 유일한 길이다. 속성으로 배우거나 지름길을 택한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써먹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처음 현지어를 익힐 때는 한국어 구사 능력이 있는 현지인 강사를 고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현지어 학습은 참고사항일 뿐,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므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음을 밝혀둔다. 십여 년을 타슈켄트에서 거주한 일부 한인들의 경우, 현지어 인사말 정도만 하는 실력을 가지고도 별문제 없이 살아왔다는 것은, 외국어 학습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최근에 한국어의 세계적인 위상이 점차 높아지면서 우즈베키스탄 국민은 오히려 한국어를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한국에 진출하는 열쇠’를 얻는 것과 같다. 한국에 가서 공부하거나 취업의 목적으로 한국어 배우기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에 유학을 가려면 토픽 3급 정도의 실력이 필수이며, 노동 비자를 취득하거나 한국 사람과 결혼, 혹은 귀화를 할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우즈베키스탄 중고교, 대학 등의 교육기관에서는 한국어 과목을 신설하여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현지인이 한국어 과목을 가르치는데, 한국인 강사의 수요가 공급보다 턱없이 부족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어 강사의 인력이 넘쳐, 한국어 관련 취업자리는 시간강사라고 하더라고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내의 한국인 강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고려인 2, 3세이거나 고등학교, 대학 혹은 세종학당, 한국교육원 등에서 정식으로 배운 사람들이 한국어 강사를 한다.
또한 한국에 2~5년 정도 취업하여 일하던 사람들이 귀국하여 한국 관련 회사나 여행사에 재취업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서 한국어 강좌를 신청하거나 한국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마저도 여건이 안 되는 우즈베크 사람들은 한국 친구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는 사랑받는 언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에 쏟아붓는 에너지만큼이나 우즈베크 사람들의 한국어 사랑은 이에 못지않을 거라 생각한다. 외국어 때문에 접었던 해외 진출의 꿈을 다시 꾸면 어떨까.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현지인 눈에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잘 사는 나라의 원어민’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을 선망의 눈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부러워만 하지 말고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떤가.
영어 공부에 10여 년을 쏟아붓고, 어학연수에 토익공부까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쓰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회화 한 마디를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적어도 영어는 해야 먹고 산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영어의 늪에 허우적 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바라본다. 역발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인들에게 ‘감사합니다’의 정확한 발음을 가르쳐준다면 그들은 진심으로 당신에게 존경의 뜻을 표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우즈베키스탄보다 조금 잘 산다고 해서 현지인을 무시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이는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자질 부족이므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상대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열린 태도를 보일 때, 그들도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 것이다. 이제 새로운 꿈을 꾸어보자. 여행이든, 유학이든, 비즈니스 등 해외를 생각할 때, 고민하지 말고 우즈베키스탄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당신이 구사하는 한국어는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매우 탁월한 수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고상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를 사용하여 현지인을 감동하게 해 보자. 그들 역시 우리의 진심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하다는 표현을 할 것이다. 그들의 선의를 악의로 보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