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도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강한 사람의 이야기
페미니스트 프리다 칼로 이야기
마리아 에세
좋아하는 화가를 꼽으라면, 빈센트 반 고흐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그리고 프리다 칼로를 제일 먼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비해 프리다 칼로에 대한 생애사를 잘 알지 못하고 그의 작품만 보고 알아보는 정도에 그쳤다. 우연한 기회에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표지 색감이 특히 마음에 들어서 망설임 없이 구입하고 한 번에 다 읽었다. 프리다 칼로의 에세이처럼 쓰인 책은, 읽기에 편했고 곳곳에 그의 작품을 오마주한 그림들이 들어있어 읽는 내내 눈도 즐거웠다.
프리다 칼로의 생애는 디에고를 떼어 놓고 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매우 훌륭했음에도 디에고의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그의 삶도 디에고에 많이 가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못된 관계라는 것을 깨닫고 디에고로부터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지만, 그는 끝내 디에고와의 관계를 놓지는 못했다.
프리다는 강한 사람이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삶을 향한 의지를 보였고, 디에고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모태인 땅, 멕시코와 그 문화를 아꼈으며 작품에 녹여냈다.
힘든 시기였지만 멕시코 제물 봉헌 제도에서 나는 다시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멕시코에는 예부터 마을마다 특별한 환쟁이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힘든 일이 생기면 그를 찾아가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환쟁이에게 들려준 뒤 봉헌물을 바치고 싶은 성인이나 성녀를 귀띔했다. 그림 아래쪽에는 그림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림이 완성되면 환쟁이에게 돈을 지불한 뒤 교회에 가서 그 그림을 봉헌했다. 그러면 자신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나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리면 슬픔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살아 있음을 기뻐할 수 있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그 작풍,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세계가 너무 좋아서 읽은 책이었다. 간편하고 쉽게 쓰여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오마주 된 그림들이 책 뒤편에 간략한 설명이 있는데, 실제 작품을 구글에서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프리다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가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투사해 낸 것들도 좋았고, 자신을 파괴하는 관계 속에서도 자기를 지키려고 했던 모습들이 모두 좋았다. 프리다 칼로의 전시회가 다시 열린다면 꼭 가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한 시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더 이상 임신에 집착하지 않았다. 몸단장을 즐기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자전적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 쓰기는 그 자체로 내게 휴식이었다.
Copyright. 2018. 윤해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