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약성 진통제를 함부로 처방해 준 의사가 구속 기소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이 의사는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허리 디스크 환자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 펜타닐 패치 4천8백여 개를 처방해 주었습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청소년 17,1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펜타닐 패치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10.4%라고 조사되었습니다. 그중 94.9%는 의사 처방에 의한 경우라 답했습니다. 물론 기사에서 펜타닐 패치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라고 해서 모두 펜타닐에 중독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위 두 기사에서 언급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펜타닐 패치입니다.
펜타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마약"에 해당합니다.
얼마 전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이 거리에 나뒹굴고 거리에서 배설을 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모두 펜타닐 중독입니다.
작년 한 해 미국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펜타닐 사망자가 많았다는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돈 벌 욕심에 진통제에 마약을 섞어 만들던 제약회사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가 제대로 감독하고 규제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펜타닐 패치 하나당 4.2mg 용량으로, 의사들은 보통 처음 사용하는 환자에게 시간당 12mcg 또는 25mcg이 3일간 흘러나오도록 만들어진 펜타닐 패치를 처방합니다. (1mg은 1000mcg입니다.) 시간당 100mcg이 흘러나오도록 만들어진 패치도 있습니다. 환자의 통증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겠지요.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모르핀은 현재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펜타닐은 패치, 스프레이, 혀 안에 투여하는 알약 형태 등 휴대도 간편하게 모르핀의 50~100배의 강력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중독되기도 더 쉽다는 겁니다.
펜타닐은 과다 투여하면 호흡을 막아 질식해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질식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망하거나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됩니다.
펜타닐은 치사량이 2mg에 불과합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또는 처방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부착하거나 흡입하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의료나 동물 진료 목적으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통증 치료 목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우에는 합법입니다. 처벌받지 않습니다.
반대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펜타닐 패치를 판매하거나, 그렇게 구입한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우입니다. 불법이므로 처벌됩니다.
문제는, 치료 목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펜타닐 패치를 어떤 환자에게 얼마나 처방할지에 대해
완전히 의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법률상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해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과다 또는 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 또는 투약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의사에게만 맡겨져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떤 세상에든 악인이 있고 범죄자가 있듯이, 의사가 의사이기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마약상으로 취급하는 경우에는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식약처에서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었지요. 이로 인해 정말 진통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오히려 처방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마약류 처방은 아무리 어려워져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부득이하게 마약에 중독되었다면,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보호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로서 처벌을 받게 되지만,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약중독자 치료보호 규정에 따라
검사가 치료보호의 의뢰할 수 있고,
본인, 배우자, 직계존속, 법정대리인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마약류 중독자의 치료보호) (1)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마약류 사용자의 마약류 중독 여부를 판별하거나 마약류 중독자로 판명된 사람을 치료보호하기 위하여 치료보호기관을 설치ㆍ운영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
(2)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마약류 사용자에 대하여 제1항에 따른 치료보호기관에서 마약류 중독 여부의 판별검사를 받게 하거나 마약류 중독자로 판명된 사람에 대하여 치료보호를 받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별검사 기간은 1개월 이내로 하고, 치료보호 기간은 12개월 이내로 한다.
(3)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제2항에 따른 판별검사 또는 치료보호를 하려면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4) 제3항에 따른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및 특별자치도에 치료보호심사위원회를 둔다.
(5)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치료보호기관의 설치ㆍ운영 및 지정,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구성ㆍ운영ㆍ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다 마약에 중독되었다면,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만 하지 말고, 치료보호를 스스로 신청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약 중독으로 존엄성을 상실한 채 동물처럼 길거리에서 배설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곧 사망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마약을 정말로 끊고 싶은 경우, 처벌을 감수하고 치료보호를 스스로 신청한다면, 마약을 끊고 처벌에서도 선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두려운 일이라도 스스로 자신을 구하려고 나선다면 길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