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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닝피치 Dec 02. 2022

독립 준비 만세

엄마와 아이 홀로서기





나는 엄마에게 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매일 입을 옷과 준비물 챙기는 일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샤워를 도와주며 정성을 다하셨다. 돌이켜보면 그때 받은 관심 덕분에 인생에 큰 힘이 되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놀이터에서 마음껏 노는 게 최고인 철없던 나이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때론 부럽기도 했었다. 엄마의 지나친 관심에 싹튼 반항심으로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을 거야!' 마음속 다짐도 했다.


그러던 내가 아이를 낳자 보통의 엄마들처럼 온전한 자유를 갈망하는 처지에 놓였다.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집 등원 첫날이 다가왔고, 그날의 얼떨떨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누리는 자유인지라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즐거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감정에 퍽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욕심 때문에 어린 나이에 보낸 게 아닌가'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찼다. 그날 처음으로 친정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밖에서 행여 위험할까 봐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하던 마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을 겪으니 나 역시도 아이의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엄마였던 것이다.


아기와 주양육자는 하루 종일 강제적으로 붙어 지낸다. 먹고 놀고 잠을 자는 아주 기본적인 행위들을 터득할 때까지 아이는 부모와 한시도 분리되기 싫어한다. 아이가 힘들면 나도 힘들고 아이가 웃으면 행복한 상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주양육자는 아이와 동일시되는 심리적 상황을 겪기도 한다.  나의 경우 엄마의 과보호를 받으며 '훗날 아이는  독립적으로 키워야지' 다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는 2년이란 시간 동안 엄마의 삶에 꽤 깊이 몰입되어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거리두기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엄마로서 아이와의 거리두기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전체 인생에서 부모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양육자의 꾸준한 관심 속에서 아이가 36개월 정도 되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차 늘어난다. ( 나의 경우 불과 30개월 되면서 아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기 아이들이 '내가 할 거야!'를 외치며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의욕도 가득하다. ) 그렇게 아이가 자라 사춘기 쯤되면 부모보다 친구를 더 찾는 시기가 올 것이고, 부모도 자신을 더 돌아볼 여유가 생길 거란 걸 예상해 볼 수 있다. 우리 부모님들이 겪어왔던 것처럼 말이다.


육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 15년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머지 삶은 어떻게 보내야 의미가 있을까? 평균수명 80세를 기준으로 보면 족히 3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더 중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부모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아이에게서 독립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되기 전 좋아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현재 할 수 있는 일들을 서서히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고 상관없다. 이유식 기록이나 육아일기, 책 읽기 등 아이를 돌보면서 짬짬이 채워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육아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함께 양립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낸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다행스럽게 아이도 엄마도 적응을 잘하고 있다. 이젠 불안하기는커녕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야 할 시간이 순식간에 다가오는 기분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시간을 홀로서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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