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마음으로
사실 나는 그리 활동적인 편이 아니다. 그래서 어울리는 친구도 소수고 정적인 활동을 주로 편안해했던 것 같다. 쉬는 날엔 주로 카페에 가거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길 좋아했는데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은 이상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별생각 없었던 일들에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눈이 오면 썰매 탈 곳을 찾거나, 비가 올 때 생기는 물 웅덩이를 밟고, 낙엽이 가득 쌓인 곳이 어디인지 찾아다니는 정말 사소한 일들에 매달리면서 말이다. 최근에는 떨어진 열매를 모아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싶어 하는 아이를 쫓아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이집 하원 후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듯 집 앞 놀이터에서 술래잡기, 미끄럼틀, 그네 등도 탄다.
이렇게 아이와 노는데 열중하고 하고 나면 그날의 걱정 따윈 제쳐두고 웃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돈은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의 경우 성인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서 푸는 일이 많았으므로 이런 방식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들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했었던 아주 익숙하고도 그리운 냄새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엉뚱한 이야기도 잘하고 너무 쉽게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막힘없이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다. 단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을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는 건 아이들에 비해 경험이 많다는 걸 의미하므로 지금까지 겪었던 크고 작은 실패들로 인해 그 일 얼마나 지난한 일일지 걱정부터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아이들의 마음은 복잡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행한다.
꿈을 꾸기 위해선 순수하게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른에게도 동심을 절대적으로 간직해야 하는 마음이라 본다.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내면에 동심을 지니고 있는 어른은 보다 쉽게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아이에게 동심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