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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닝피치 Oct 30. 2022

애 바이 애라지만

육아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17개월쯤부터 아이의 고집이 하늘을 찌르는 시기가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짜증을 낸다던가, 밤잠을 안 잔다고 고집을 부리던가, 원하는 모양으로 음식을 주지 않으면 식사 거부를 하는 등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하고 싶어 했다. "안돼." "위험해. " 같은 말을 반복했던 어느 날,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소리를 질렀고 바로 후회를 했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으며 나는 그런 아이를 달래느라 더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운 후 한동안 책꽂이에 방치해 놓았던 육아책을 찾아보았다. 육아서엔 아이의 현재 발달상태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아이는 계속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어 하구나. ' 그때서야 아이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까지 한번 세워보니 든든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애 바이 애라는 말을 듣곤 한다. 아이마다 성향이 너무 달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뜻을 줄여 표현한 것이다. '어차피 애 아비 애라는데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생각할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 육아 공부를 함으로써 마음 준비를 미리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치 중요한 경기 전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다 인간의 전반적인 발달에 대해 쓰여 있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큰 지도를 손에 넣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답답함을 느낀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짝사랑하는 상대에 대해 자세히 쓰여 있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바로 찾아서 읽을 것이다. 그 해설지를 읽고 우리는 그 사람이 나에게 마음에 있는지 혹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그 사람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도 비슷하다. 아이에 대해 정리되어 있는 육아서를 읽거나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다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가 아프진 않는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의 마음도 헤아려 볼 수 있게 된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내가 너라도 싫었을 거야 ' 같은 역지사지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단지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다음 날 책에 쓰인 대로 시도해보았지만 현실 육아에선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는 여전히 싫어하는 게 투성이었고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아이에 대해 알고 나니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순간도 많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는 '모르는 게 약'인 순간보다 '아는 게 힘'인 순간이 더 자주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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