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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닝피치 Oct 30. 2022

어디서부터 문제였더라.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아이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기분이다. 오동통한 볼살과 작고 귀여운 손가락, 쌔근쌔근 숨소리가 사랑스럽다. 낮에 보여줬던 작은 야수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내 옆엔 아기천사만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다. '아까 화내지 말걸.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후회가 들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나고 난 시점부터 나의 육아는 더 혹독해졌다. 하루 종일 자아가 강해진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표정은 부자연스러워지고 말투도 딱딱하게 변해갔다. 그러다가 꾸깃꾸깃 억지로 눌러놓았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용수철에 튕겨 나가듯 조절이 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킨 날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이 입장에선 화를 내는 게 오히려 당연했다. 자기 싫은데 엄마가 자꾸 자라고 하니 화가 났을 것이고, 더 놀고 싶은데 집에 가자고 해서 화가 났을 것이다. 다음으로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평소엔 아이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다가도  특정한 행동에서 갑자기 화를 참기 힘든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아이가 수면을 거부했을 때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했다. 수면은 신생아 시절부터 축척된 문제이기도 했지만 빨리 재워야만 쉴 수 있다는 나의 욕심도 상당히 내포되어 있었기에 내 문제이기도 했다. 수면 거부는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또 살아오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주로 회피하는 방식을 택했었다. 인간관계에서도 웬만한 갈등은 피했으므로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적었지만 내면 깊숙이 풀리지 않은 앙금이 남아있기도 했다. 이런 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30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인지한 후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왔었다. 하지만 육아를 하니 회피하고 싶은 일이 매일 생겼다. 어느 날은 치즈를 잘라서 줬더니 아이가 울면서 떼를 부려 한참을 씨름했다. 이런 순간마다 회피 본능이 강하게 일어났으나 아이를 키우면서 문제를 회피한다는 건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태도임을 알고 있었다. 나의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의도적으로 감정의 온도는 조금 낮추고 글로 천천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도움이 되었다.



결국 처음엔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나 자신의 문제였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각자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겪은 아픔이나 반복된 실패, 경제적 어려움 등 과거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무거운 짐은 힘이 들기에 불필요한 건 놓고 가거나 정리를 해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오늘도 아이와의 관계에서 힘들었다면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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