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노력의 시간들

현재의 연습이 만들어낼 미래의 무대

20대 시절, 공연 제작사에서 일하며 전용 극장과 연습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사용하던 연습실은 층고가 높아 서커스나 아크로바틱 공연을 준비하는 팀들이 자주 찾았다. 어느 날, 한 보이그룹이 장기간 연습실을 대여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룹 이름이 어딘가 낯설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여자 아이돌이었다면 좀 더 흥미로웠을 텐데,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발표하는 곡마다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세계 곳곳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는 그룹이 되었다. 그제야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같은 공간에서 두 달 동안 있었으면서도, 그들이 어떤 무대를 꿈꾸고 있었는지 주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의 그들은 아직 ‘유명한 그룹’이 아니었다. 무대 뒤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연습을 거듭하던 한 팀에 불과했다.

이런 과정을 떠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눈에 띄는 성과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기 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연습실에서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야만 가능하다.

4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친구들과 “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하며 신세한탄을 할 때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의 시간이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보이그룹이 무명의 시절을 거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듯이, 오늘의 연습이 내일의 무대를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일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함과 끈기로 극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 된다.

미래는 아직 멀리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