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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끓일수록 깊어지는 것들

미역국에서 배우는 인내와 여유의 맛

by 쏭저르 Mar 17. 2025

미역국은 이상하게도 내가 집에서 끓이는 것보다 식당에서 먹을 때가 더 맛있다. 집에서는 고작 1~2인분을 끓이지만, 식당에서는 커다란 솥에 오래 끓이기 때문이다. 국물은 깊고 진해지고, 감칠맛이 우러나와 단순한 한 그릇이 아니라 든든한 한 끼가 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미역국을 일부러 사 먹기도 하고, 미역국 전문점을 찾을 때도 있다.


요리도 그렇다. 3~4인분 정도를 넉넉하게 끓일 때와 적은 양을 급하게 만들 때의 맛은 확연히 다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료가 내어주는 감칠맛은 조리법의 차이가 아니라 기다림에서 온다. 요즘은 뭐든 빠르게 바뀌고,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시대지만, 깊은 맛을 내려면 충분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일도, 투자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보면 속도는 붙을지 몰라도 깊이는 얕아진다. 반면,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길게 바라보면 실패 확률은 낮아지고, 예상치 못한 좋은 성과를 얻을 가능성은 커진다. 최근에는 투자도 길게 보고, 단기 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며, 내 삶에 집중하는 방향이 결국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 긴 시간을 견디고 지켜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흐름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유를 찾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전문가가 되는 길이자, 깊고 진한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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