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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un 11. 2020

목적을 달성하는 읽기 방법

읽는 방법은 ‘목적’에 따라 바꿔야 한다

저는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에 종종 만화가게를 갔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신간 만화와 일반 만화는 빌리는 데 한 권에 50원인가 했고, 구간 만화는 3권에 100원, 신간 만화잡지는 한 권에 200원을 내고 봤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읽으려고 빌리는 가격은 또 달랐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습니다. 

신간과 구간, 신간 만화잡지는 가격이 달랐습니다.

만화가게에는 만화책을 올려놓는 탁자를 가운데로 그 시절에 보급형으로 제작한 팔걸이 없는 소파(?)가 양 옆으로 줄지어 있었습니다. 음료나 컵라면을 주문하면 만화가게 주인이 음료, 끓는 물을 부은 사발면을 탁자에 놓고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옛날 만화가게 모습을 추억하려면 최재성, 최명길 주연의 영화 <장미빛 인생>을 보시면 됩니다.  

아무튼, 저는 책을 읽는 속도가 유난히 느렸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만화책을 두세 권 읽는 동안 저는 한 권을 채 읽지 못했습니다. 

만화가게는 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빌린 책 권 수에 따라 요금을 내서 늦게 봐도 상관없었지만 

친구들이 만화가게에서 20권으로 완결된 만화를 두어 시간에 걸쳐서 다 읽는 동안 저는 몇 권 읽지 못해서 만화책에도 흥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빨리 읽기 경쟁에서 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저는 만화책과 공부하는 책(교과서, 참고서)을 똑같은 방법으로 읽었습니다. (융통성이 없었습니다.)

그림 속 주인공의 표정, 주인공 뒤로 지나가는 자동차 모델, 건물 간판, 그리고 대사까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스토리에 제대로 빠져들어서 만화를 이해하려면 만화가가 그린 그림과 등장인물의 말과 생각을 나타내는 글을 모조리 눈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읽는 속도가 유난히 빠른 사람이 있다. 책을 빨리 읽는 ‘속독’은 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눈동자를 빠른 속도로 Z자 또는 T자로 움직여서 한 페이지를 몇 초 만에 읽는 방법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결국 성공한다는 진리가 통하던 시절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에 속독을 배운 사람들이 서점에 진열된 책을 이삼십 분 동안 빠르게 읽고 구입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책을 빨리 읽는 게 목적이라면 속독은 훌륭한 읽기 방법이다.


지금은 책이 아니어도 읽을 게 많다. 인터넷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화면에서 읽기 좋게 글과 이미지를 편집한다. 이들은 사용자가 즐기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콘텐츠를 가공한다. 읽는 환경에 맞춰서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고 단락을 작게 나눈다. 내용에 따라 이미지와 영상을 편집하고 정보는 문장으로 보여준다.


읽는 방법은 ‘목적’에 따라 바꿔야 한다.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읽는 방법도 달라진다. 속독은 글을 읽으면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읽기 기술이다. 즐기기 위해서 읽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읽는 통독이 적합하다. 입문서도 마찬가지다. 앞의 내용을 모르는 채로 뒷부분을 이해할 수 없는 글은 통독으로 읽는다. 통독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눈다. 통독 1단계는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과정이다. 즐기기 위해서 읽는 소설과 산문, 에세이는 통독 1단계로 읽는다. 


이해하기 위해서 읽는 입문서, 전문서, 학술잡지는 밑줄을 긋거나 중요한 문장과 단어를 메모하고 의미 지도를 그리며 통독 2단계로 읽는다.


나는 책, 보고서, 참고 자료를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처음 읽을 때는 빠른 속도로 훑어보면서 필요한 내용이 나오면 접어두거나 키워드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나는 책, 보고서, 참고 자료를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처음 읽을 때는 빠른 속도로 훑어보면서 필요한 내용이 나오면 접어두거나 키워드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모니터로 읽을 때는 개요 또는 소주제의 첫 단락만 우선 꼼꼼히 살펴보고, 읽을만한 내용이라고 판단하면 스크롤하면서 소제목과 단락을 시작하는 문장 위주로 읽는다. 다시 읽어볼 만한 내용이면 스크랩해둔다.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통독 2단계로 읽는다. 필요한 내용을 메모하고 궁금한 점, 읽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적는다.


천천히 집중해서 읽는 것을 정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읽기를 가르칠 때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으라고 한다. 글자를 손으로 짚어가면서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는 습관을 들이면 성인이 돼서도 한 글자, 한 줄씩 읽는다. 정독은 한 줄도 빠짐없이 읽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읽는 것이다. 집중해서 읽으라고 하면 글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과거에는 이런 정독이 진짜 독서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정독은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모르는 개념은 다른 책을 참고하고 내용 중에 언급한 책이 있으면 직접 찾아서 읽는 것이다. 


통독 2단계와 정독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통독 2단계는 지금 읽고 있는 글에만 집중하면 된다. 지하철, 버스, 공원 어디서든지 통독 2단계를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독은 관련된 다른 책과 글도 읽어야 하고 사전을 찾아보고 정확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서재나 도서관처럼 책상에서 읽어야 정독을 할 수 있다. 관련 도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집중해서 책을 읽는 정독이 가능하다.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정윤아 옮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독서법》, (비전코리아, 2015), 23쪽


1997년에 우리나라를 뒤흔든 경제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읽는다면, 당시에 신문에 실린 기사와 뉴스 동영상, 경제 현상을 해설한 문서를 교차해서 봐야 한다. 1997년 경제위기가 촉발된 원인을 이해하려면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G5 경제선진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모임에서 환율에 관해서 논의한 플라자 합의가 시작점이 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매체와 책에서 설명한 글과 인터넷 콘텐츠를 찾아서 보면 알고 싶은 것, 즉 목적을 달성하는 읽기가 가능하다. 목적을 달성하는 읽기는 독서법에서 다독과 비슷하다. 다독은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재독),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것(다독)이다. 고전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론이나 역사적 사실을 이해할 때는 다양한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동시에 읽는 게 효과적이다.



출처 

정경수 지음, 《핵심 읽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9), 45~48쪽


참고문헌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정윤아 옮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독서법》, (비전코리아, 201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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