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갑자기, 취학통지서

#9

by 복지학개론

우리나라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거하면,

제17조(취학의 통지 등) ①읍·면·동의 장은 제16조제1항 본문에 따른 통보를 받은 때에는 입학할 학교를 지정하고 입학 기일을 명시하여 입학 기일이 속한 해의 전해 12월 20일까지 취학할 아동의 보호자에게 취학통지를 하여야 한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아니, 아직 준비가 안 된...

갑자기의... 취학통지서가 날아왔다.



sticker sticker

"뜨핫! 우이씨!"




우리나라 나이로 7살, 한 살 더 먹으면 8살이 되던 작년 그해.

멘붕 아닌 멘붕이 나와 집사람에게 찾아왔었다.

"깨톡 깨톡~"

열심히 일하고 있던 나에게 한통의 문자가 도착했고,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얼음처럼 온몸이 굳어져갔었다.

"헐..."

"깨톡 깨톡~"

'갑자기... 취학통지서 왔는데, 어떻게 해?'

내가 잘못 봤나 싶은 생각에 집사람의 문자를 다시 한번 정독했었다.

똑똑히 적혀있는 단어.

"취학통지서"

"헐..."

준비가 안 된 갑자기도 그렇지만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했던 우리 부부에게 날벼락같은 일이었다.

사실 취학통지서가 날아오기 전부터 집사람과 잠들기 전 이런 대화를 하곤 했었다.

"학교를 1년 유급시키면 어떨까?"

"왜?"

"아직 말도 못 하고 사회성도 부족하고... 학교에서 공부는 하겠어?"

나는 아이를 1년 유급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집사람은 그럴 마음이 없었던 듯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럴 것이 자신도 나름 알아본 결과 유급보다는 제 때에 맞춰 학교에 입학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던 모양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집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우리 이제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

"뭘?"

"등급."

"......"



sticker sticker

"어쩌라는 겨?"



6년을 키우며 3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며 갑자기의 말문이 트이길 바랬다.

말문만 트이면 인지능력도 상승해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희망했었다.

그러고 보니, 큰 아들이 취학통지서를 받았을 때가 생각났다.

정말 너무 기뻤고 나도 이제 학부모가 되었다는 혼자만의 뿌듯함과 큰 애가 이렇게 커서 벌써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대견함에 몸서리치도록 좋았었다.

입장을 바꿔봤다.

내가 둘째라면 형의 취학에 기뻐한 아빠와 자신의 취학을 겁내 하는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떨까?

많이 서운할 것 같았다.

그동안 갑자기의 장애등급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던 터였다.

왜 그랬는지 등급판정만은 피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거나 좋아지길 바랐다.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말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왔다.

장애인을 부정하거나 장애라는 것에 혐오적인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나의 직업은 사회복지사였으며, 그것도 장애인복지시설의 원장이었기 때문에 장애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지 않았다.

서둘러 병원으로 가야 했다.

우리 갑자기를 위해서라도 빨리 장애판정을 받는 게 좋다는 생각에...

또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라 불리는 도움반과 장애인 특수학교를 놓고 고민해봐야 했다.

장애인 부모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말은 하나요?"

"아이가 자기표현을 할 줄 아나요?"

"아이가..."

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일종의 면접이라고 보면 된다. 그때 이런 등등의 질문이 쏟아지는데, 만일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이 대답이 많다면 신청자들 중 입학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간단한 표현은 말해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은 합니다."

"아이가... 네!"

보호자 입장에서 이렇게 대답하면 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할 순위가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일반학교로 입학할 때는 특수학급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진학하게 되는데, 연년생 형제를 같은 학교로 입학시키자니 혹시나 큰 애가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동생의 상태가 큰 애에게 영향을 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취학통지서를 받은 나는, 참 고민이 깊어지기만 했다.




keyword
이전 08화갑자기, 내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