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어느 나라 말이야?
#15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표현하는데 문자는 약 200만 년 전 혹은 약 50만 년 전의 초기 인류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언어는 인간문화의 출현과 때를 같이하여 오래된 것으로 태어나서 생애 초기부터 사용하게 된다.
발달장애 아동은 또래에 비해 언어 습득이 느리고, 상호작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발달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를 수 있고 같은 발달장애 아동이라도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5살 무렵부터 유튜브를 본 갑자기는 오히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시, 언어 천재인가?
"넌 천재라고 말해!"
나는 분명 우리나라(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 민족임에 자부심을 느낀다.
5000만 년의 역사와 굉장한 외침에도 끄떡없이 버틴 이 나라를 사랑하고 일명 '국뽕'이라는 것에 취해 산다.
그런데 가끔 집에 있으면 내가 대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으리겐 바긍 밀래각 이다~"
"......"
도대체 어느 나라의 언어인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본다.
갑자기는 장난감 하나를 손에 들고 또는 어떠한 액션을 취해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갑자기가 보는 유튜브를 의심했었다.
가끔 우리나라 동영상이 아닌 외국 언어로 더빙된 어린이 에니매이션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스펀지처럼 뭐든지 빨리 흡수하고 이해하는 초자연적인 유아기의 언어 습득 능력으로 타국의 언어를 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래서 며칠 동안, 갑자기 하는 알 수 없는 언어를 잘 들어봤다.
"바기대스 어능 가처즈머!"
"크리스탈 자착!"
"바아라~!"
아무리 들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가늠이 안 됐다.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말이 분명 외국의 어떤 나라의 언어일 것이란 추측만 했을 뿐 도저히 알 수 없는 언어였다.
"천재일런지도..."
그런데 갑자기가 구사하는 언어의 행방을 우연하게 알게 되는 날이 찾아왔다.
어느 휴일, 안방에서 역시나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던 갑자기.
어떤 에니매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아주 정확한 한국말이 귀에 들어왔다.
"파괴되지 않는 강철 주먹!"
"크리스털 장착!"
"받아라~!"
어디서 들어봤을까... 대체 어디서... 낯설지 않은 이 대사...
침대에 엎드려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갑자기 등 뒤로 갑자기가 보고 있는 영상을 훔쳐보았다.
에니매이션 속에서 악당과 싸우고 있는 영웅은 강력한 공격을 퍼부으며 끝내 승리했고 손가락을 뻗으며 쓰러진 악당에서 마지막 멘트를 날리는데.
"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
설마... 이것은...
며칠 전 갑자기가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바로 그 말이다.
해석해보면 이런 말이었다.
"으리겐 바긍 밀래각 이다~(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
"바기대스 어능 가처즈머!(파괴되지 않는 강철 주먹!)"
"크리스털 자착!(크리스털 장착!)"
"바아라~!(받아라~!)"
난... 우리 아이가 언어천재인 줄 알았다.
자페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들 중 인지 능력 분야에서 인체 신경 발달장애를 갖고 있거나 후천적으로 뇌손상을 입은 사람 중 극히 일부에서 특정 분야에서 보통사람보다 능력을 크게 뛰어넘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증상이었을 것이라 의심되는 대표적 사람으로 서양에는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우리나라 마지막 황제 '순종' 등이다.
이런 증후군을 우리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캐릭터로 설정되어 등장하곤 한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갑자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의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든 생각이지만...
이런... 내가 김치 국물을 먼저 마셨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