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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기
18화
일상의 삶, 과잉보호?
#18
by
복지학개론
Jun 28. 2021
미국심리학회가 발표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
아이들 주변을 항상 맴돌며 간섭하는 부모의 과잉보호가 아이들의 감정이나 행동을 관리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서 아이들 주변에 부모는 웬만하면 얼쩡거리지 말라는...
"그래도 불안해. 지켜보겠어."
보통 미취학 아동들은 스스로 환경과 상황을 행동으로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능력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게 핵심일 것이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우리 갑자기에게는...
과잉보호는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정식으로 내 직업을 소개하자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그리고 경영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전공하고 현재 사회복지법인 산하시설의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와 사회현상 및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기관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결론은 대한민국 약 100만
명
의 사회복지사 중 한 명이라는 말인데, 장애인복지 쪽에서 경력과 커리어를 쌓고 있는 중이다.
지인 중 몇 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
"중은 제 머리를 못 자르네."
나는 이 말을 참으로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말속의 진짜 의도가 위로가 아닌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것에 분노하곤 한다.
장애인복지분야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어떻게 제 자식이 장애인이 되었느냐는 질문을 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이 말부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에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대략 5~6년 펼친 나에게는 상처와 같다.
"저런 무식한 쉐끼!"
갑자기를 포함해 모든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은 아직까지 그리 평범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적으로 인식개선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예전에 비해 표면적으로 인식 수준이 높아졌으나 속마음에는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발달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가족이 함께 야외로 나갈 일이 있었다.
야외로 나가면 갑자기는 우리 부부의 집중 관찰 대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항상 내가 갑자기의 손을 잡고는 있지만 때론 자기 혼자 걷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주변에 이동하는 자동차가 없다거나 넓은 들판이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갑자기의 손을 놓아준다.
그럼 마치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며 내 배를 공격하고는 잡아보라는... 마치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처럼 달아난다.
집에 장시간 있느라 고생했을 갑자기를 위해 아무리 힘들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마치 못 잡는 것처럼 그렇게 놀아주는 게 보편적이다.
큰 아들이 함께 마트에서 간식을 구입할 때도 갑자기는 항상 우리 손에 있었다.
먹고 싶은 걸 고르라고 하면 주로 초콜릿을 선택하는데, 하나만 고르는 게 아니라 진열된 초콜릿의 대부분을 양손에 쥐고 계산대에 선다.
"○_○;;"
당황스럽기 그지없기에 통제가 들어간다.
"맴매..."
그런데 이런 일이 계속 반복이 되자 어느 날부터인가 왕창 집었던 초콜릿을 한 움큼 손에 쥐고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절레절레..."
안 된다고 고개를 저으면 자기도 눈치가 있는 듯, 도로 진열대에 가져다 놓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동안 과잉보호라고 해도 될 만큼 갑자기를 하우스 안의 화소처럼 키웠다.
미국심리학회의 발표처럼 감정, 행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과잉보호를 진행했음에 갑자기의 능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발달했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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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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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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