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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 상처(?)는 내 운명

#20

by 복지학개론

발달장애인은 일상생활에 자신들만의 일정한 반복행동이 관찰된다.

특히, 자폐성 아동들의 경우 특정 행동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하며 반복적으로 손뼉 치기, 제자리에서 뛰기, 혼잣말하기, 이상한 소리 내기와 같은 행동을 집중적으로 한다.

한 가지 행동에 집착하게 되고 그 일을 못하게 된다면 상당한 분노를 일으키고 타인에게 화풀이를 한다.

갑자기는 이런 행동들 중 유독 아빠인 나에게만 집착하는 행동이 있다.

그 행동 때문에 정말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되도록 참으려고 애써본... 다....ㅠ

아빠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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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괜찮아..."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는 내 주변을 이전보다 더 많이 서성이고 내 육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퇴근 후 샤워하고 반바지를 입고 있으면 내 발 밑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허벅지부터 발등까지 꼼꼼하게도 관찰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 다리에 뭐가 묻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내 다리를 쳐다보지만 털만 수북하게 자란 못생긴 다리에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거실에 엎드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누가 내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응? 갑자기 왜?"

내 다리를 쓰다듬고 있는 주인공은 갑자기였다.

갑자기의 눈빛을 보면 변태적인 행동이 아니라 뭔가 찾기 위해 초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뭐 하는 거야?"

그 순간, 따끔!

"아야!"

"......"

내 오른쪽 다리 무릎 밑에 있는 작은 상처 딱쟁이를 손톱으로 뜯어냈다.

그리고 다시 탐색을 시작하더니 종아리 부근에 모기에 물렸던 상처가 아물고 있던 딱쟁이를 손톱으로 또 뜯어낸다.

"아야! 아파~"

"......"

더 이상 내 다리의 상처 딱쟁이를 뜯지 못하게 하자 얼굴을 돌려 내 팔뚝을 쳐다본다.

그곳에는 얼마 전에 어딘가에 긁혀 생긴 큰 딱쟁이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갑자기가 내 팔을 부여잡더니 손톱으로 딱쟁이를 뜯어내기 시작한다.

"아아~ 아파! 아프다고~"

뜯긴 상처부위는 피가 나기 시작했고 나는 그 고통을 참으며 애가 왜 이러나 싶었다.

또다시 내 몸에 있는 상처 딱쟁이를 뜯으려 하는 갑자기를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명령어를 사용해야 했다.

"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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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왜 그러는 겨?!"



그렇게 고비(?)를 넘겼지만 그 이후 몇 날 동안 나의 상처 딱쟁이는 아물 수가 없었다.

참다 참다 너무 아픈 나머지 나도 영웅을 호출했다.

"여보~ 도와주세요!"

"여보~ (내가) 위험해!"

나의 구조요청을 들은 집사람도 그간 갑자기가 나에게 한 행동들을 일일이 확인하던 차에 고통스러웠겠다는 걸 공감했는지 갑자기를 제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통제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다음은 자기 형을 찾는다.

"도망쳐!"

"후다다닥!"

"우아아아~"

나는 갑자기의 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혼자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내가 밉상이다.

갑자기에게 살짝 귀띔으로 엄마를 공격하라고 했는데 갑자기는 엄마를 한 번 슥~ 쳐다보더니 집사람의 날카로운 레이저 눈빛에 주눅이 들고서는 다시 나의 딱쟁이를 찾아 다가온다.

"헐..."

내 팔과 다리는 영광의 상처가 가득하다.

아물만하면 다시 처음이고, 아물만하면 다시 원상태가 돼버린다.

내 팔뚝은 마치 피부병에 걸린 것처럼 상처가 여럿 나있다.

요즘 나에게 상처가 없으면 일부러라도 상처를 만들어 뜯어내려는 갑자기가 왜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데... 반팔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너 정말, 아빠한테 왜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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