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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 장애인 할인

#19

by 복지학개론

할인(割引) : 일정한 값에서 얼마간의 값을 감하는 것.

국어사전에 보면 할인이라는 말의 뜻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사실 할인이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 표현으로 순우리말인 '에누리'라는 말로 순환시켜서 불러야 하는 말이다.

정해진 가격대로 물건을 사거나 어떤 장소를 이용할 때 원래 금액에서 일정 부분을 덜 받고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 지역, 구매 특성, 제품에 따라 가격 차별화를 시도하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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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공부만이..."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거나 장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할인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로 생각되곤 한다.

이런 것을 놓치고 원가격에 거래를 하면 왠지 모르게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데, 나는 너무 방심했고 그 방심이 가족에게 부끄러움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고야 말았다.




우리나라 공립기관이나 주요 관광지를 다니다 보면 매표소가 있고 그 매표소 안에 다음과 같은 할인조건이 적혀있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노인ㆍ경로 우대"

자고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는 경로사상에 입각해 매표도 할인을 해주는 참 좋은 나라이다.

그리고 그 밑에 줄을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장애인 할인"

단어만 놓고 보면 마치 장애인을 판매할 때 일정액을 할인해준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또한 할인 정책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에게 주는 특혜이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멀리 여행을 다니지 못했기에 큰 맘먹고 가평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해본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인 요즘, 나는 가족들과 달리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아스트라 제네카'를 접종받았다.

그래서 집합 인원에 포함되지 않으며 제한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마치 신분 상승한 듯한 기분이랄까?).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키는 우리 네 가족은 여행을 떠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조카 두 명이 함께 가고 싶다고 난리다.

조카 둘도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지만 조카 둘을 데리고 가려면 정부지침에 위배되기 때문에 숙소를 잡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숙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모든 숙소는 거절하였다.

그런데 방을 두 개 잡고 따로따로 나눠서 잠을 자면 가능하다는 것을 예약 상담 중 알게 되었다.

불법은 아니지만 꼼수 아닌 꼼수.

어쨌든 놀러 가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지 말고 딱~ 한 두 곳만 다니고 밥도 숙소에서 해결하자는 계획하에 어렵게 일정을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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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방역 약속!"



첫 번째 방문지는 가평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소양강 댐이었다.

이곳을 첫 번째 장소로 잡게 된 것은 일단 야외였고, 아이들이 소양강 댐을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했다는 말에 경험상 좋을 것 같다는 취지에서 정했다.

그런데 소양강 댐 근처에 스카이워크라는 것이 있었고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아이들이 졸라대는 터에 차량 핸들을 그곳으로 틀었다.

매표소 앞에 도착해서 매표소 직원과 대화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인원이 어떻게 되세요?"

"성인 두 명이랑 어린이 네 명이요."

입장인원을 말해주고 금액을 받으려는 순간, 아차 싶어 다시 매표소 직원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 그리고 장애인이 한 명 있어요."

"네?"

"장애인이 한 명 있어요."

그거 할인 얼마나 된다고... 갑자기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말하는데, 내 아래 그 녀석이 있다는 걸 몰랐다.

"어? 누나, 여기 장애인이 있어!"

큰 아들이 내가 매표소 직원에게 하는 말을 듣고는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같이 간 사촌누나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조카 두 명이 조르륵 쫓아와 갑자기를 꼭 안아주더니...

"아니야, 갑자기는 장애가 없어!"

"......"

그때 그런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갑자기 상태를 숨기고 있었어...'

미안함? 죄진 마음? 부끄럼?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이 드는 가운데, 큰 애는 갑자기를 사촌누나들이랑 같이 꼭 안아주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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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새끼를~♡"



"갑자기, 괜찮아. 형아는 널 사랑해."

큰 아들이 동생의 상태를 알고 충격받았을까 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서로를 안아주며 사랑 고백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그놈의 장애인 할인이 뭐라고... 그거 얼마나 할인받는다고...

우리 가족들에게 조차 쉽게 갑자기의 상태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미웠다.

사실 큰 아들을 포함하여 조카들에게 갑자기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 '지금은 너무 빠른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지금도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큰 아들과 조카들에게 갑자기의 상태를 빨리 알리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며 돌봐줘야 하는지 알려줘야겠다는 다짐이 들게 했다.

"미안해. 아빠가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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