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모래성 25화

모래성(11)

by 김흑곰

병이 생기기 전부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다.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고, 가끔은 혼자 영화나 연극을 보러 가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유독 영화가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예전 같으면 OTT 서비스를 뒤적거렸겠지만, 요즘 들어 산책도 꾸준히 하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기에 '이 정도 외출은 괜찮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에 걸린 여러 포스터 중 내 눈길을 끈 것은 '스즈메의 문단속'이었다.

고소한 팝콘 향기를 맡으며 상영관으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꽤 설렜다.

어두운 좌석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화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 그리고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는 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모든 감정이 폭발하려던 클라이맥스 부분이었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에서 차가운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익숙하지만 결코 반갑지 않은 불청객, '불안'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심장 박동은 제멋대로 날뛰었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손끝이 떨려오기 시작하자 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뇌뇌였다.


'이건 가짜 불안이야. 나는 지금 안전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거칠어진 숨을 고르기 위해 깊은 심호흡을 해보고,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다리를 두 손으로 꽉 부여잡았다.

하지만 한 번 터져 나온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앉아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일어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려 앉기를 대여섯 번이나 반복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수치심이 밀려왔지만,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겨우 진정이 되었을 때, 영화는 이미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어떤 장면이 지나갔는지, 어떤 대사가 흘러나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스크린의 화려한 영상과 음악들은 그저 다 무의미한 뿐이었다.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은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웠다.

안도감보다는 나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비난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민폐야. 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고 자부했던 시간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며 깎아내리는 말들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집에 돌아와 방에 누운 뒤에도 우울의 늪은 깊고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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