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는 생각하지 않고 느낀다. 느끼는 것뿐 다른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밥을 먹더라도, 그 밥에서 어머니 손맛이 나더라도 그렇다는 감각만 존재한다. 짠맛이 짜다고 느끼지만 물을 찾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설령 물을 마시더라도 장면으로만 처리된다. 그것으로 인해 어떤 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거나 영향을 주거나 받는 일이 없다. 말하자면 책임 없는 장면 하나하나가 극을 구성한다. 이 장면에서는 사람이었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바위가 되어도 낯설 것도 없다. 조잡하다는 말도 꿈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감각마저도 허구적이니까. 하지만 거기에 치명적 추락이 있다. 꿈에서도 슬프면 울고 두려우면 소리친다.
마치 생각하면서 말하는 그런 일은 없다는 듯이 꿈에서는 소리가 없다. 귀가 아니라 피부가 듣는다. 듣는 게 아니라 모은다. 수많은 장단과 고저가 사방에서 피어나고 꽃밭을 스치는 베토벤의 소나타가 거기 있다. 달빛 너머로 은은하게 풍기는 교교한 환희가 걸어온다.
소리 이전의 것이 내게 닿았다가 비로소 음音이 되는 것처럼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세상에 내는 공명共鳴, 그 힘으로 나비가 날고 새들이 난다. 멀리서 고라니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전생前生에 눈짓하는 한낮이 흐른다. 시간도 경계도 없이 생겨나는 작은 분신들, 나를 따라 여기까지 와버린, 근본을 알 길 없는 스토리들이 연주하는 '나를' 팔짱을 끼고 공평지게 감상한다. 소리가 말을 건다. 나를 흔드는 꿈은 꿈이어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내 어떤 버튼이 눌러졌는지 나는 작동된다. 감각과 상황이 그것을 해석하고 나는 그에 반응하지만 꿈에서는 매뉴얼이나 지침이 없다. 꿈속은 평탄하지 않은 너울이다.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은 건너편에 닿고자 하는 바람. 거기 맞은편에서 다른 땅, 다른 나뭇가지, 다른 바위, 다른 세계에서 사라지는 물결이고자 한다. 어떤 새의 알을 거기 던져야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인가, 고민한다. 환하게 터지는 태양빛을 품에 안고 놓지 못해 몸부림치는 두 사람, 엘리오와 올리버가 연주하는 여름이다. 가을이 오고 나서야 여름이었음을 고백하는 편지다. 지금은 가을, 푸르던 것들이 물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하는 연서戀書.
길 없는 허공 위에 올리버의 메아리가 다리를 쌓는다. ···· Elio, Elio, Elio, Elio, Elio ····. 비가 그치고 가장 먼 곳부터 구름에 싸여 하늘이 되어가는 수묵화가 지중해의 푸른 물기 가득한 하늘에서 두꺼운 비늘을 반짝이며 헤엄치고 있었다. 청춘은 물가, 물가를 맴도는 어지러운 반항. 물에 뛰어든 적 없는 내가 살고 싶었던 계절. 그 계절이 없이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내게는 노린내가 난다. 내 이름으로 불러본 적 없는 이름, 누구의 이름도 되지 못한 그 이름을 이제 묻어야 한다. 가을이 깊이 물든 나무 산그늘 아래 누워서 지난밤에 멈춰버린 꿈을 꾼다.
'우리는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망쳐.'
미로 같았다. 제우스의 저주를 받고 동산에서 쫓겨난 님프 둘이서 도망 다니며 추는 춤이라니, 그 춤이 생각났다.
꿈이었던가 하는 춤
내 그대라고 부를 때 나는
기꺼이 쏟아지겠다는 의지였다
쏙쏙, 단단한 땅을 적시고
때로는 거기에 散散 하더라도
춤이라도 출 만큼 설레었다
下降이야말로 꽃잎이 추는 춤
아름다운 것들은 춤을 추면서
춤으로 떨어질 줄 알아야 한다
내 그대라고 부를 때 너는
손가락 열 개를 다시 돋아냈다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없애고
하늘만큼 虛虛로운 곳에다가
도려내는 생살 같은,
다 녹아서야 비로소 꽃이 되는 꿈
사랑하는 것들은 꿈을 꾸면서
꿈으로 날아오를 줄 알아야 한다
어느 때 불더라도 바람처럼
우리는 다시 또 우리로
꿈이었던가 하는 춤으로
그것이 주춤하다가 멈추더라도 끝내
입맞춤이었다가 입맞춤이기로
황홀했다는 모습 하나로
영화는 엘리오의 아버지가 지긋하게 오래 말해주면서 차분해진다. 균형은 맞추는 것인가, 맞춰지는 것인가.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울까. 오래전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거기 들어 있었다. 오래전에 살고 싶었던 계절이 그 말과 함께 화해했다. 자세히 보면 더 좋아 보이는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이 단 한 번 주어진다. Remember, 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네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마음은 갈수록 닳아 해지고 몸도 똑같다. And before you know it, Your heart is worn out. And, as for your body.
시간이 흐를수록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져. There comes a point when no one looks at it, much less wants to come near it.
지금 너의 그 슬픔 그 괴로움을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Right now there's sorrow, pain. Don't kill it and with it the joy you've felt."
19세기에 살았던, 그러나 잘 모르는 시인의 시구 한 구절을 묘지명처럼 이 영화에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