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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거기에서는 외롭지 않다

by 강물처럼



How great you are!


쓸데없이 영어 나부랭이를 지껄이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면서 바람에 날리는 흰머리칼이 그윽했고 그 사람 앞으로 다가서는 여자의 눈길과 표정, 목덜미가 찬찬히 떨렸으며 뒤에 배경이 서있는 회색 하늘과 바다가 또한 근사했습니다. 성가聖歌 같은 How great Thou Art 그 노래가 파도에 밀려올 것만 같았습니다. 에밀리 모티어라는 여배우는 아흔아홉 개의 표정을 지니고도 모든 곳에서 천연스러웠습니다. 빛이 고백하는 듯, 그녀를 보호하는 듯 따뜻하고 선명한 색상이 내내 그녀를 따라 주위에 맴돌았습니다. 아마 민들레 와인을 마시게 된다면 세상이 그처럼 목탄으로 그린 그림을 닮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들은 더 간결하고도 깊게 칠하느라 떨리는 것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끝내는 서점을 닫고 하드 버러를 떠나는 바다에서도 한 계단 높은 곳에 피어있는 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때는 그녀의 꿈이었던 책방이 불에 타는 것을 바라보며 플로렌스는 차라리 저 불속의 책이기를 소원했을지도 모릅니다. 책은 그리고 사람의 기억은 불속에서 꽃으로 피어납니다. 그녀는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사랑할 때는 사랑하고 설레는 순간에는 그지없이 설레는 그녀의 손짓이며 입모양이 1959년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 하드 버러를 특별하게 했습니다. 그녀가 하는 말이 다 소중하게 여겨져서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꼬마처럼 뚫어져라 응시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바다와 하늘이 아무리 보기 좋아도 사람 하나가 거기 있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이 바람처럼 일었습니다. 바닷가 플로렌스 - 에밀리 모티어 -가 일어선 자리에 꽃처럼 그녀의 스카프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 삶은 스스로 자기의 영혼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헤치고 나아가는 물살입니다. 무엇으로 그대는 이 물살을 견디십니까.


브런디쉬,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유폐시킨 남자. 그가 낡은 책방의 첫 고객입니다. 그녀의 첫 손님이 되어 그녀가 정성스럽게 포장한 책을 건네받습니다. 전쟁터에도 찾아 나섰던 그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가 바로 책방이었습니다. 겉이 낡아가고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육신이었으나 그의 정신은 플로렌스의 절규처럼 품위 있었으며 높은 감수성을 지녔습니다. 길 위에 쓰러진 그의 외투 주머니에는 플로렌스의 스카프가 보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시절에 부인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던 말을 내가 주웠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가져다 놓을 생각입니다. 더 좋은 시절은 언제나 그곳에 있지 않냐고 물어볼 생각입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책을 다 읽은 후에,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생생한 꿈처럼 살아 숨 쉬는 순간이었다."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가 시작합니다. 놀라실지 몰라 미리 말씀드립니다. 크리스틴, 플로렌스가 아끼고 플로렌스를 아꼈던 그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위해 플로렌스가 뛰어든 곳이 그 오래된 낡은 서점이었고 가깝고 먼 곳에 그 서점을 닮은 브런디쉬가 살고 있었으며 하드 버러의 다른 사람들은 잘 마른 불쏘시개였습니다. 사실은 모두 한 곳에서 타버린 기록입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서점에서 소녀였던 크리스틴이 마지막 말을 던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누구도 서점에서는 외롭지 않다 - 플로렌스 그린.

참, 그녀의 백 번째 표정은 거기 있습니다. 거기, ····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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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