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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미 Jun 16. 2023

마음 영양제 햇빛, 꼬박꼬박 챙겨 먹기

햇빛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


 외래 진료가 있는 날에는, 주치의 교수님의 진료를 받은 뒤 연구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이 이어진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모르지만,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 연구 대상자라고 알고 있다. 대학 병원 특성상 진료 시간은 10분 이내로(사실은 3분 내외인 적도 허다할 정도) 매우 짧으나, 연구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은 30분이 넘어갈 때도 있을 정도로 긴 편이다.


 병원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안개가 자욱한 하늘처럼 매우 지루하고 답답하기 때문에, 때로는 진료만 짧게 보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가 종종 있다. 모름지기 환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과 생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담에 결석하지 않고 꼭 참석하는 이유는, 연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롭게 깨닫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가 ‘햇빛 가까이하기’ 이론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나의 연구 선생님도 햇빛의 존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우리의 정신 건강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요한 세로토닌을 충분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햇빛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도 식물처럼 광합성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연구 선생님 면담 시간의 필수 확인 항목은 ‘산책을 챙겨서 하고 있는가?’이다. 특히 점심 식사 후의 햇볕 쬐며 걷는 산책 시간을 중요하게 확인하신다. 아무런 일도 없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나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 몸이 슬슬 기울어져 결국 눕고 싶어지곤 한다. 그러면 아니 되는 것은 아니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 버릇하다 보면 감정까지 차분하게 가라앉게 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는 셈이다.


 일상을 살다 보면 광합성하며 산책하는 것의 중요성이 희미하게 흐려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연구 선생님이 다시금 또렷하게 기억하게끔 되새겨주시는 덕분에, 매일이라고 확언은 못하지만 꾸준하게 오후 시간을 햇빛과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따스한 햇빛 아래 사뿐히 걷다 보면, 우중충했던 마음들에 조금씩 빛이 스며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햇빛은 영양제와 비슷한 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이 아니므로 깜빡 잊을 때도 있지만, 정성껏 챙겨 먹는다면 분명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 마치 알람을 맞춰둔 것처럼 영양제를 한 알 두 알 알차게 먹는 사람이 있듯이, 나도 햇빛을 꼬박꼬박 잊지 않고 챙겨 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각종 영양제들로 우리의 몸을 활력 있게 만드는 것과 같이, 햇빛은 마음 건강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영양제 한 줌을 한 입에 털고 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플라시보 효과’ 일지도 모르지만)을 느끼곤 한다. 이처럼 나른하게 따사로운 햇빛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며, 바닥난 기력이 아른하게 차오르는 듯한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경험일 것이다.




 물론 1년 365일 내내 햇빛 가득한 날들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구름 드리운 날도, 빗방울이 떨어져 해를 가린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해 뜬 날이 더욱 소중하고 귀한, 반짝이는 보석과 같다고 생각한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햇빛을 맞으며 산책함으로, 오늘의 영양제를 한 움큼 챙겨 먹어 보기를 권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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