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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미 Jun 02. 2023

정신 건강에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나의 필라테스와 산 이야기


 외래 진료를 보는 날에는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 문답 시간이 있다. 약은 잘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고 잘 일어나는지, 그리고 ‘운동하기’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먹는 습관이 들어 있어, 약 먹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수면에 대하여는, 자기 전 약 기운으로 잠드는 것은 쉬우나 특별한 일 없으면 늦잠을 자곤 하여 주치의 선생님의 잔소리를 듣곤 하지만, 무기력 정도는 아니라서 이 또한 문제 될 것 없다.

 그러나 운동! 자발적인 움직임은 정말 크나 큰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날이면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가 십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이란, 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정도부터 해당이 된다. 말로는 쉬워 보이는 산책이, 거창해 보이는 순간도 종종 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운동을 필수로 언급하시는 이유는-이제는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불안, 우울,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 및 생각들을 예방하고 완화시킨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도 익히 들어왔던 내용이라, 운동을 강조하실 때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불쑥 나타날 때 무작정 나와서 걷다 보면 한결 나아지는 경험을 수차례 해온 탓에, 더욱 이 부분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냥 매일 산책하기는 크게 재미도 없고, 진짜로 했는지 검사하는 사람도 없기에 지속하기가 어렵다. 이에 나는 흥미와 강제성을 부여하여 새로운 운동들을 시도하였고, 지금까지 지속하는 운동으로는 필라테스와 등산이 있다.




 필라테스의 처음 시작은 가까운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비롯되었다. 필라테스에 긴 시간을 쓰고 만족해하는 친구를 보며, 나도 덩달아 급작스럽게 강렬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한 마디로 ’꽂혔다!‘. 그렇게 나는 흥미진진한 상태로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1:1 수업 특성상 부여되는 강제성이 나를 또 한 번 이끌게 되었다. 그룹 수업을 듣는 현재(23년 6월 기준) 1년 2개월째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걸 보면, 뿌듯하기 그지없다. ‘너무 잘하게 되어 흥미가 식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나는 능숙하지 못한 자세로 부들부들 떨며 운동을 하고 있다.

 덕분에 운동에 대한 문답 시간에 ”네, 운동 꾸준히 하고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이 대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달에 있을 수업 연장 신청을 놓치지 않고, 계약서에 견고하게 사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두 번째 운동은 등산이다. 처음에는 산 좋아하는 엄마의 권유로 자의 반 타의 반 시작하였고, 사실 나는 흥미가 크게 없는 상태였다. 동네 작은 산을, 북한산 여러 코스를, 그리고 22년 겨울의 한라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흥미가 조금씩 스며들듯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엄마의 무릎 부상으로 새로 산 나의 등산화가 한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 요즘 동네 산에 혼자 다녀오기 시작했다. 하루빨리 엄마의 부상이 회복되어, 북한산 다람쥐 모녀의 산행이 계속되기를 꿈꿔본다.



 어쩌다가 유난히 마음이 쓰고 어둑해진 이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지금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기를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나도 이 글을 마무리한 뒤, 시원한 바깥공기 한 모금 마시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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