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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Jun 03. 2024

해야 되는 질문과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의 차이

<13화-인생은 확률 게임이 아닙니다>

4년간 3곳의 정신과를 다닌 끝에 조울병(양극성 정동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꾸준한 치료로 현재는 많이 회복되었고 스스로를 탐구하고 싶어 심리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듣고, 느끼고, 생각한 걸 기록하고자 합니다.


32. 서른두 번째 진료-(23.08.07 월요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엄청난 소식이 있어요. 지금까지 생명과학을 전공해서 의학을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이과를 준비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을 가기로 결정한 건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즐겨하고, 질문하고 생각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런데 왜 갑자기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생명과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거지?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문과를 선택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이 같은 사고를 거치니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문과로 전향했어요. 일단 전공은 심리학 혹은 철학 쪽으로 찾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또 한편으로 문과 가면 뭐 먹고 살건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좋은 생각이네요. 지금 보니 치료가 00 씨에게 많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이 막 이전처럼 이리저리 휘청이지 않고, 특히 이번에 결정을 내릴 때도 저한테 물어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결정을 내렸잖아요. 마음이 점차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00 씨는 이과보다 문과의 성질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말해주신 것처럼 생각을 해봐야 하죠. 이과와 문과의 취업으로 길이 많이 다르니깐요. 좋은 학교를 나와도 문과는 취업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과는 조금 낮은 학교를 나와도 오히려 더 좋은 취업의 길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죠. 한번 잘 고민해 봐요”


33. 서른세 번째 진료-(23.08.16 수요일)

“선생님 제 자신의 생각이 극단적인지 궁금해요. 지금 수능 최저 등급을 어떻게 맞출까에 대해서 학원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정말 최선의 방법만 생각해서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거든요. 그런데 학원선생님이 우려를 표하시더라고요. 이게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는데 그 부분이 없어서 걱정된다. 고등학교 시절도 그런 식으로 후회를 했어요. ‘나는 셰프가 될 거니 성적 따위는 필요 없어!’ 그런데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닌걸 나중에야 깨달았죠. 그때는 늦었고. 그래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건가?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글을 보니 사고의 변화가 많네요. 그런데 지금 00 씨는 사고가 극단적인 게 문제가 아니라 또다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뭐라고 했죠? 정답은 없는 거라고요. 정답이 없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찾는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요. 학원 선생님한테 묻고 저한테도 또다시 묻고 있잖아요. 정답은 없어요. 본인이 직접 선택하고 직접 책임지는 것이죠.”


36. 서른여섯 번째 진료-(23.09.04 월요일)

“잘 지냈어요? 9월 모의고사 이틀 남았죠? 아니 그런데 어떻게 수능날이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더 좋아져요?”(웃음)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이에요. 벤츠를 타고, 의대를 다니고, 남들한테 멋져 보이고, 화려해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 내면에서부터 채워지는 게 중요한 거예요. 아까 00 씨가 글에 적은 것처럼 ‘내면에서부터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느낌. 딱 그거죠. 그게 정말 중요한 거예요. 잘하고 있네요. 또 이번 주에 궁금한 것 있어요? “


“선생님이 얼마 전에 저한테 또다시 막 사람들한테 물으러 다닌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 행동이랑 사람들한테 조언을 듣는 행위랑 무엇이 다른가요? 사회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자기 세계에만 갇혀 있지 말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을 듣는 것과 사람들한테 찾아가서 질문을 쏟아내는 것의 차이가 계속 궁금했어요”


“방금 제가 입시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을 때 “논술로 대학 6군데를 생각하고 있고 학과는 철학이랑 법을 배우고 싶다"라고 대답했죠? 이 부분이 다른 것이죠. “저는 논술전형으로 A, B, C 대학에 지원하고 학과는 철학을 배우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제 성적은 B인데 목표까지 가기 위해서는 A까지 올려야 해요. 이 부분이 고민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게 조언이고요. 이전에 00 씨는 마치 확률 게임하듯이 물었죠. “선생님 문과를 가는 게 맞을까요? 문과 가면 부모님이 돈 못 번다고 하는데… 문과에서는 또 철학과를 선택하는 게 맞을까요? 철학과 나오면 취업이 어렵다는데…“마치 정답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90%가 A를 선택하니 A를 하는 게 맞나요? 89%가 B를 선택하니 B를 하는 게 맞나요?”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물은 거죠. 특히 불안할 때 더욱더요. 그런데 인생에는 정답이 없어요. 이번에 문과로 바꾸면서 느낀 것처럼 독일 가고 싶으면 독일 가보는 거죠. 자기가 경험해 보고 그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그러면 서고 안에서부터 채워나가는 게 중요한 거고, 삶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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