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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May 27. 2024

당신의 미래를 알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

<12화-현재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고 있습니까?>

4년간 3곳의 정신과를 다닌 끝에 조울병(양극성 정동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꾸준한 치료로 현재는 많이 회복되었고 스스로를 탐구하고 싶어 심리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듣고, 느끼고, 생각한 걸 기록하고자 합니다.



5번째 심리상담 (2023.03.13 월요일)

"우리를 지탱하는 요소는 4가지로 바라봅니다. 생각, 행동, 감정, 신체반응이죠. 이 중 두 가지는 바꿀 수 있고, 두 가지는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생각과 행동은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지만 감정과 신체반응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죠.


먼저 감정과 신체반응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때리면 어떤 신체반응을 보일까요?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릴 적 학교에서 왕따 시켰던 사람을 만나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그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감정과 신체반응은 이처럼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생각과 행동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사고의 근원에 어떤 핵심적인 믿음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길에서 사람이 치고 가더라도 그냥 ‘그럴 수 있지’라면서 웃어넘기는 사람이 있고, 멱살 잡고 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 차이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배경에 따라서, 이 핵심 믿음에 따라서 모든 흐름이 좌우됩니다. 그런데 지금 00 씨는 부정적 사고방식 팽배해 있습니다. 뭘 해도 안 된다는 식의 사고 말이죠. 이 거대한 사고를 멈춰 세우는 건 지금 바로 불가능합니다. 마치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차가 급제동을 할 수 없듯이요.


오늘 상담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감정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시도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계속해주어야만 일발의 변화 가능성도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 힘든 내 모습에 ‘아 지금 좀 힘들구나, 지금 좀 많이 지쳤구나’라면서, 스스로 다독여주고 피드백해 주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미래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은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모습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띄고, 지금의 모습이 쌓여 미래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의대를 가고 싶다면 지금 의대를 갈 만큼의 노력과 공부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의 00 씨가 미래를 만든다는 건 확실하죠.


그리고 저출산, 취업난, 자살률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신경 쓰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고민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 부분을 잘못짚고 있는 것이죠. 사회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지금 그것들을 품에 안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죠. 가슴속에 이 질문들을 품고 있다 가 나중에 정말 이것들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을 때 해도 늦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1. 서른한 번째 진료-(23.08.02 수요일)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냈어요?”


“한 주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웃음)”


“아니 뭐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많은 일이 일어나요? 한번 이야기해 줘요”


“지난주에 이번에 강릉 가게 돼서 신난다고 말했는데, 못 가게 됐어요.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상대방이 약속을 변경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순간에는 굉장히 당혹스럽고 아쉬웠어요. 진짜 오랜만에 바다 볼 생각에 설레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뒤 바뀌어버리니깐요. 그런데 신기한 건 또 스스로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어요. 노력한다는 게 지금 나는 왜 이런 감정이 들고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나는 이렇게 속상한데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말이죠. 이때 좀 많이 깨달았어요. 나의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을요. 삶을 살다 보면 변수가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을 마주할때 때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거죠.


아 그리고 또 고려대 캠퍼스에 놀러 가봤어요. 아는 형이 고려대에 다녀서 소개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해주시더라고요. 뭐랄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이게 대학이구나. 이게 내가 내년에 있을 공간이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나 학원에서는 그저 허상의 무언가 같은데 그게 아니라 실제 내 몸의 감각들로 공간을 느껴보니 현실감도 느껴지고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00 씨 지금 많이 좋아 보여요. 이번에 직접 대학교를 가본 것도 좋은 작용을 한 것 같고요. 단순히 추상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느껴본 것이죠. 이게 캠퍼스고, 이게 대학이고, 앞으로 이런 생활을 그릴 수 있는 거구나 같은 마음 말이죠. 또 강릉은 못 갔지만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사고를 하고 있는지 말이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는 거죠. 나를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현실성을 조금씩 되찾는 것. 이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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