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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14. 2023

한 뼘 크기의 행복

오후 네 시의 작은 방 

하루가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오후 네시. 슬그머니 하품이 새어나오는 이 시간을 좋아하게 된 건 지금 살고 있는 집 때문이다. 아침이 되면 창문으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에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 남향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나의 오랜 바람과 달리, 해가지는 북서쪽으로 창이 난 집에 살게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이 내심 창의 방향 때문이라 생각했던 나는 처음엔 아쉬워 했지만 금새 이 집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루가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 네시, 자그만한 창으로 아직 온기를 머금은 햇살이 그림자처럼 길게 방을 비추면 내 작은 방은 하루 중 가장 밝게 빛난다. 30센치쯤 되는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한뼘 크기의 햇볕에 온 방 안이 노란색 온기를 머금고 반짝이기 시작한다. 집에서 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집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후 네시, 노랗게 물든 방을 보고 있으면 이만한 호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 행복해진다. 한뼘크기의 햇볕에도 행복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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