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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15. 2023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는 시간


지인이 만다라 도안을 보내줬다. 만다라 도안을 따라 색을 칠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서 물감을 펼쳐 놓고 색칠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 놀러 온 엄마가 관심을 보였다.


“엄마도 해볼래?”

그렇게 시작된 그림 교실. 엄마는 물감을 처음 써 본다면서 어색해했지만 평소의 불같은 성격대로 과감하게 색을 칠했다. 무슨 일이든 차근차근 신중하게 하는 아빠와 정반대다. 그리고 나는 그 둘이 잘 융합된 중간이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양극단의 모습을 모두 닮은 것 같다.


“너무 조심하는 것보단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 좋아.”

나는 소질이 있다며 엄마를 추켜 세웠고 엄마는 신이 나서 색을 칠하다가 그림이 완성될 즈음 색이 탁해진다고 말했다. 처음에 칠한 물감이 미처 마르기 전에 다른 색을 칠했기 때문이었다.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거야”

엄마에게 짐짓 아는 체를 하다가 일을 할 때 내 모습이 생각나 뜨끔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준비만 하다 하루가 가면 오늘은 아무런 성과도 없다고 성급하게 실망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이것을 했다가 저것을 했다가 동분서주했던 날들. 가만히 기다리지 못해 불필요한 덧 칠을 하던 순간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기다리는 시간도 무언가를 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말은 누구보다 나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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