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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15. 2023

당연한 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뭘 했는데 벌써 저녁이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되는 날이 있다. 시곗바늘이 아래로 향하고 방안에 한낮의 온기가 사라질 즈음이면 마음도 한쪽 방향으로 기우는 것만 같다. 그런 날이면 서둘러 요가원에 갔다. 한 시간 동안 끙끙대며 땀을 흘리고 나면 뭐라도 한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거울 땐 몸을 가볍게. 내가 가장 운동을 열심히 했던 시기다.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 보세요.”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고 수련을 마무리하는 짧은 명상 시간. 선생님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모습을 하나하나 천천히 떠올려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 밥을 주고,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아 메일을 읽고, 답장을 쓰고, 부탁받은 일을 처리하고, 나를 먹이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네.’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다른 사람의 하루를 관찰하듯 나를 보니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나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 날엔 당연한 일을 떠올려 본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나를 위해 준 순간이

없었다는 말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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