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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15. 2023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지 않은 문장


책을 읽을 때 밑줄을 많이 긋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거나 좋은 부분을 발견하면 일단 표시를 해 둔다. 그렇다 보니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 정작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하루는 책을 읽다 밑줄을 너무 많이 그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책을 첫 장부터 다시 넘겨보았다. 내 우려와 달리, 밑줄을 그은 문장보다 긋지 않은 문장이 더 많았다.


‘밑줄을 아무리 그어도, 밑줄을 그은 문장보다 긋지 않은 문장이 더 많다.’

나는 그 사실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책의 일부분, 좋은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문득 사람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문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 책을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타인의 모든 면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좋은 문장 하나로 누군가에게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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