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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철 Nov 20. 2024

4박5일간 주어진 식사는 단 10끼!
도쿄 만찬①

도쿄 맛도리를 찾아라! 우동부터 일본식 조식 뷔페까지

 도쿄에 가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체험, 관광, 카페 등을 포함한 볼거리. 

 서점, 아기자기한 상품(어쩌면 예쁜 쓰레기...), 기념품, 한정품 등의 쇼핑거리 

 그리고 정말 나이와 함께 살짝 떨어진 내 소화기능이 원망스러울 만큼 먹고 싶은 게 많은 먹거리


 워낙 먹는 것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먹는 양도 줄어들었고 생각보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은 빠지질 않는다. 

 게다가 소화능력도 떨어져서 베나*오를 박스로 사다둔 상태! 무리하면 안된다! 


 그렇기에 꽉 찬 4박 5일간 우리에게 주어진 식사는 단 10끼! 

 최선을 다해서 소화하고 10끼를 단단히 즐길 준비를 마쳤다! 와라, 먹거리들이여! 


 브런치 카페가 아닌 이상 중간중간 가볍게 먹은 간식이나 디저트를 제외하고 

 10끼 식사 중 5끼를 순서대로 적어보았다. 


1. 우동 <銀座 佐藤養助 긴자 사토 요스케> 타베로그 평점 : 3.56
2. 궁극의 오야꼬동 <青山 鶏味座 本店 아오야마 토리미쿠라 본점> 타베로그 평점 : 3.35
3. 학생거리의 츠케멘 <渡なべ 와타나베> 타베로그 평점 : 3.76
4. 명물 돈카츠 <とん太 돈타> 타베로그 평점 : 3.95
5. 긴자의 조식연구소 그 자체 <銀座朝食ラボ 긴자 조식랩>  타베로그 평점 : 3.49



먼저 <銀座 佐藤養助 긴자 사토 요스케>로 가게 된 여정에 대해 알아보자. 


나리타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가장 저렴하게 가는 방법은 버스다. 

게이세이버스 노선을 이용하면 1500엔 편도로 한번에 도쿄역 또는 긴자역까지 갈 수 있다.

예전에는...무려 십 년 전이긴 하나 그 때는 1000엔 버스여서 지폐 한 장으로 공항을 갈 수 있어 자주 애용했었다. 지금 도쿄에 가면 늘 이 버스를 타곤 한다. 시간대도 많고 별도 예약 없이 직접 가서 표를 구매하면 된다. 


 교통편의상 우리는 공항에서 내려 긴자역으로 향했다. 익숙한 분위기, 익숙한 곳에 내려서 첫 끼로 선택한 건 바로 우동이었다! 거짓말 안 하고 정말 35도 가까이 되는 맹렬한 더위에 냉우동 면치기 하지 않으면 못 견딜 날씨였다. 워낙 유명한 우동집이긴 하나 어쩐지 긴자에 오면 여길 꼭 들리게 되는 듯 하다. 150년이 넘은 노포이기도 한데 제대로 유니폼을 갖춰 입은 노신사 분이 차례차례 정중하게 안내해준다. 이런 점에서 일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게다가 관건인 면발도 참 반들반들, 맨들맨들하니 입 속으로 호로록 잘 들어온다. 들깨 드레싱 같은 쯔유에 면을 포옥 담궜다가 입 안에 넣으면 고소하고 달짝지근함이 쉴새없이 밀려들어온다. 어휴, 처음부터 과식하면 안 되는데 면 추가하고 말았다. 짝꿍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신나게 먹고 각자 면 추가까지 하면서 5000엔 정도 쓰고 나왔다. 탱글탱글 면발이 기억에 남았고 짝꿍은 첫 끼임에도 순서 매기기에 바빴다. 바보...

최신폰 사진이 아님에도 윤기가 나는 면발. 면 추가했음에도 깨끗히 비워진 그릇. 마와 마구로라니..!

 

 그리고 나서는 <블루노트 도쿄> 공연을 보기 전까지 호텔 체크인도 하고 오모테산도 근처도 구경하고 하염없이 걷고 커피도 마시고 돌아다녔다. 7시 넘어서 입장 가능하기에 6시 되기 전에 맛집을 또 찾아봤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글자! 


究極の親子丼(궁극의 오야코동)


하! 참! 뭐 시도때도 없이 '궁극'이란 단어를 쓰는지! 아니 잠깐, 기다려봐. 

일본이 계란이 참 좋잖어...오죽하면 간장계란밥에 쓰는 간장을 따로 만들 정도로 진심이겠어? 

품종도 엄청 많잖아...계란이? '궁극'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거 보면 기본은 하겠지? 


출동! 궁극의 오야코동, <青山 鶏味座 本店 아오야마 토리미쿠라 본점>으로! 

가게는 우리나라에도 요즘 자주 보이는 이자카야 분위기다. 

최근 흑백요리사에 나온 야키토리왕이 운영하는 <야키토리묵>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뭔가 술을 시켜야할 것 같았지만, 내 타깃은 오로지 "궁극의" 오야코동이기에! 

아무도 몰랐겠지만 당당하게! 오야코동을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아니 근데...뭐야, 오야코동이 직접 말하는 듯 했다. 

이게 바로 농후한 계란의 향기란다? 

와호...어두운 조명 아래 내 오야코동 접시에는 붉디 붉은 석양이 떠올라 있었다...! 

뭐야 미쳤다 정말. 노른자가 이렇게나 맛있는 거였나? 

게다가 계란 익힘 정도 무엇인가요? 간장의 짭쪼름 정도도 아주 이븐해..! 

사실 배가 크게 고프지 않았음에도 젓가락이 춤을 췄다. 

보통 일본 식당에서는 덮밥도 숟가락을 잘 주지 않는다. 젓가락으로 모든 걸 먹는 편이다. 

미소시루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직접 손에 쥐고 들이킨다. 

근데 여기는 계란 노른자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먹어보라는 듯 작은 숟가락을 함께 주었다. 

정말 그릇 핥다가 왔다. 꼬치도 하나 시켰는데 물론 맛있었지만 "궁극의" 오야코동에겐 당해내질 못했다.

짝꿍은 손바닥 뒤집듯 사토요스케의 탱글탱글 우동 면발을 버리고 "궁극의" 오야코동에게 1위를 선사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 여행의 최대 명물인 최고의 돈가스 <돈타>를 만나고 또 순위 변동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돈타>는 부동의 1위가 되었다)


하아...오야코동 일본 음식 맞구나. 요즘 하도 일본 음식 잘하는 곳이 많아서 잊고 있었는데 

쉽사리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맛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일본..진정한 계란 맛집이었다.

영롱하다, 오야코동 하나는 산초 넣은 거! 짝꿍은 개인적으로 넣은 게 더 맛있다고 했다.


미쳐 영롱한 거 한 번 더! 저기 붙은 밥풀이 참 오점이다.

라멘집 <와타나베>와 돈까스집 <돈타>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상세히 적어놔서 생략. 

<와타나베>는 진하고 깊은 맛이 있는 라멘집이었는데 상대가 나빴지..하필 <돈타>와 같은 날...절레절레


맛있었던 <와타나베>에게 미안해서 사진을 올려본다. 진실의 빈그릇.

마지막으로 <긴자 조식랩>은 호텔에 속해 있는 조식 뷔페집으로 한입씩 가져올 수 있고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채소 중심으로 된 것도 많고 모나카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 재미도 있었지만 사실 그냥 평범했다. 샤브샤브를 한입거리씩 가져다주는 건 꽤나 신선하고 고마운 부분이었지만 딱 그정도였다. 한동안 유명세를 탄 모양인데 타베로그 평점에 약간은 거품이 낀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만약 해당 호텔에 머물게 된다면 가볍게 한 번 정도는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러닝 후 그리고 지브리 미술관 가기 전(즉 엄청 많이 걷기 전)에 들려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서 내 기억 속에선 괜찮게 자리하고 있다. 근데 실제로 가보면 호텔 투숙객이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에 시간 제한도 있고 생각보다 가짓수도 다양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고 있다시피 뷔페에서 생각 그리고 계획보다 더 많이 먹지 못하기에 약간은 아쉬움을 느끼고 나오게 된다.  

많이 못 먹는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나보다. 많이 먹었다. 이거 외에도 샤브샤브 두 번 시켰다.

첫번째 도쿄 만찬에서 순위를 매겨보자면 


예상대로 5위는 <긴자조식랩>

4위는 츠케멘 <와타나베> 맛은 있었는데 기억이 옅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3위는 찰진 우동 <사토요스케> 일본 오자마자 첫 끼이고 더운 날씨에 친절한 직원분 그리고 시원한 우동 면치기 이런 것들이 미각에도 반영된 게 아닐까? 

2위는 궁극의 오야코동 <아오야마 토리미쿠라 본점> 크으, 꽤 압도적인 맛! 

1위는 자타공인의 궁극의 돈까스!!!! <돈타>, 내 안의 돈까스 저변을 넓혀줬다. 하아 다시 생각해봐도 놀라워


음식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역시 식사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또한 맛에 포함되는 것 같다.

사진을 보니 그 날의 맛과 분위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식(食)의 다채로움을 느끼게 해준 도쿄에서의 식사! 

익숙함과 새로움을 번갈아 가며 먹는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나머지 5끼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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