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고양이

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주인이 되었습니다.

by 소담

픈할 때 남편이 큰 개 한 마리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나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노를 외쳤지만, 결국 큰 개를 입양하게 되었다.


한참 전의 일이긴 하지만, 그 당시 1박 2일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하얗고 커다란 상근이라는 개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레이트 피레니즈라는 견종으로 덩치는 산만한데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하얀 털로 뒤덮인 몸과 얼굴을 가진 온순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아이였다.


그 상근이와 같은 견종의 아이가 2호로 오게 되었다. 아참, 그전에 성격 까칠한 슈나우저 한 마리가 먼저 왔었다. 친정오빠 집에서 키우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오빠네 가족의 해외 이동으로 오갈 데가 없어져서 우리에게 오게 되었으니 얘가 1호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두 마리가 산골짜기 우리 집을, 나를 지켜주었다.




한 번은 동네 싸움 짱(?)인 옆집 레트리버가 넘어와서 1호를 물려는 참에 2호가 한 방에 발 하나로 제압했던 일도 있었다.(1호는 옆집 개를 보고 바짝 졸아있다가 그제야 옆집 개 뒤에 가서 위세 등등 하게 짖어댔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 숲에서 살아오던 내가 말 그대로 산골짜기에서 살다 보니 혼자 있으면 대낮에도 으스스하고 무서웠다. 그럴 때면 2호가 우리 집 입구에서 누구라도 지나가면 컹컹 짖으며 알려주고 동물이던, 사람이던 내쫓아 주었다.


손님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만큼 고기도 많이 얻어먹어 신장에 무리가 가서 많이 아프기도 했던 아이였다. 동물병원 의사가 어렵겠다고까지 말을 헸지만 직접 키운 텃밭의 유기농 방울토마토를 아침저녁으로 먹고 한 달 뒤 완치판정을 받았던 대단한 녀석이었다.


3호도 우연히 맡아 기르게 되었다. 미국에 있던 친정오빠의 지인이 티베트인가 어딘가로 이동을 하게 되면서 그곳은 동물 반입금지라 우리가 받아주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반협박말에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아이였다.


꽤 지능이 높은 견종인 잉글리시쉽독으로 3호는 미국 가정에서 막내딸처럼 곱게 크던 아이라 한국말도 몰라 영어로 말해야 알아들었고(그래봐야 come, sit 정도였다..) 산책을 다녀오면 “내 발을 닦여라” 하는 것처럼 발을 내밀고 발을 다 닦고 나면 카페 의자로 그 큰 몸을 사뿐히 올라가 앉아있곤 하던 착하고 예쁜 아이였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 2호를 한 번씩 운동시킨다는 명분으로 풀어줘서 우리 집 뒷산 한 바퀴씩 돌고 올 때라 3호도 당연히 함께 신나게 뛰어다녀오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등산객이 산에 두고 간 치킨 봉지를 뒤져서 먹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그렇게 3호는 우리 곁에 너무 짧게 있다가 가버렸다.(등산객 여러분, 쓰레기는 꼭 가져가시길!!!)


4호는 그런 3호의 빈자리를 못 견뎌하며 슬퍼하던 2호를 위로하기 위해 데려온 아이였다. 2호와 같은 피레니즈로 명랑하고 온순한 아이였다. 4호 덕에 2호도 기운을 차리고 순하고 애교 많은 성격으로 손님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아이를 낳고 몇 달쯤 지났을 때인가, 주인 맘 약하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는지 동네 떠돌이 고양이까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나였지만 임신해서 깡 말라있는 떠돌이 어미 고양이를 그 당시 널을 뛰던 호르몬이 가만 놔두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여 어미 고양이를 위해 한우로 소고기 국을 끓여 주었다. 어미 고양이는 내가 믿음직(?) 해 보였는지 몸을 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만 놔두고 집을 나가버렸다. 결국 두셋 있던 새끼고양이 중 한 마리만 남고 모두 집을 나갔다.


그렇게 우리 집 5호는 떠돌이 고양이 새끼가 되었다. 이 아이는 어미가 일찌감치 집을 나가버려선지 나를 엄마로 여기는 듯했다. 고양이답지 않게 나만 보면 야옹거리며 따라다니며 자꾸 내 다리에 몸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피웠다.


우리 아이가 이유식을 한참 먹을 때라 이유식 양을 좀 더 해서 5호도 함께 먹이곤 했다. 그러던 5호가 1년도 되지 않아 밖으로 돌더니 결국 덜컥 새끼를 갖고 들어와 얼떨결에 나는 고양이 할머니가 돼버렸다.




그렇게 아이들이 늘어가면서 중간에 아팠던 아이들도,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아이들도 생겼고, 잃어버렸다 찾은 아이도 있었다. 그때마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손님을 맞이하곤 했다.


고양이 가족을 제외하곤 모든 아이들이 죽고 마지막에 1호가 제일 오래 내 곁에 있다 가자 이제 여기를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곳을 떠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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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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