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 스페셜한 나의 인생

재외국민+ 딸둥이 맘 + 그림동화책 작가, 나야 나

by 스윗라임

나른한 주말 아침, 눈꺼풀이 무거워 비몽사몽간에 거실에 나와 앉았다.

남향이라 겨울에도 햇살이 거실 끝까지 포근하게 감싸주는 나의 '홈 스윗 홈', 그 한중간에 앉아 눈을 비비고 있는데 그 앞으로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분명 현실인데, 너무 행복해서 혹은 너무 생경해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잠시 '멍-'해지는 그런 순간말이다. 30%... 50%... 77%... 98%... 100% 늦잠 자느라 잠시 버퍼링에 걸렸던 뇌가 각성이 되면서 막혀있던 말문이 열렸다.


"아 맞다! 여보! 우리 애가 둘이지?"


'응?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라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짓고 있는 저 하얗고 다정한 남편의 어깨 뒤로 투닥투닥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작고 사랑스러운 여자 아이 둘이 나에게로 달려온다. "엄마, 잘 잤어?" 밤새 뱅글뱅글 침대를 누비며 자느라 삐죽삐죽 산발이 된 머리를 하고 신나서 뛰어오는 나의 딸둥이가.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 어디로든 꼭 외출을 해야 한다고 분주한 남편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에 둥둥 떠 다니는 하얀 구름이 또렷이 보이는 날이라니. 참 오랜만이다. 일단 창문부터 열어 환기부터 해야겠다. 창문을 활짝 열었지만 방마다 구석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샤오미' 공기 청정기들은 오랜만에 평온하다. 그렇다. 나와 우리 가족은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가성비 갑'의 브랜드 샤오미의 나라 '중국'에 살고 있다.


중국어를 전공한 구 남자 친구이자 현 남편이 글로벌 기업에 입사를 했을 때에도, 그가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황금연휴에 남들처럼 휴양지나, 유럽이 아닌 '중국의 어느 지방 도시'에 문화유적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도 우리는 정말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가 중국에서 재외국민으로 살게 될 줄은.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 중, 상해에 방문해 시장조사를 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중국에 진심이었던 화장품 회사에 다녔던 나는, 당시만 해도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훠궈(중국식 매운 샤부샤부)를 친구들에게 소개할 정도로 이 나라와 내적 친밀도가 높았었나 보다. 어느 날, 신랑이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을 때 1도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따라나서겠다고 했었으니까.




해외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느낀 초보 엄마의 속마음을 그림동화책으로 출간한 나에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의 삶이 '쏘- 스페셜'하다고.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등 개개인의 특별한 삶과 경험이 자산이 되고 브랜드가 되는 이 시대에 세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이다.


마케터 시절, 브랜드 행사에 초청받아 화려한 삶을 사는 팔로워 몇 만의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나도 다음생엔 자신만의 스토리를 세상과 나누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평범하다고만 생각한 내 삶도 어느새 특별한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한 삶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은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십 년 전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늘은 매우 신선했고 놀라웠으며 특별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연과 필연이 겹치며 완성된 지금의 나는, 분명 십여 년 전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쏘-스페셜'한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니까.


해외살이 중인 '재외국민'

쌍둥이를 키우는 '둥이맘'

독립출판을 사랑하는 '그림동화책 출간 작가'


모두가 '나'이지만 각자 다른 나의 '쏘-스페셜'한 이야기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뛸 때가 되었다고. 출발선에 설 시간이라고 세상이 손 내미는 것 같아 가슴이 뛴다.


오늘 내가 세상과 나누는 나의 '쏘-스페셜'함은 십 년 후 나를 또 어떤 '쏘-스페셜'한 세상에 데려다 놓을까? 그때 나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해당 에세이는 팟캐스트에서 오디오북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8857?e=2480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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