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의 패턴부터, 바닥의 카펫, 잘 보이지 않는 천장의 무늬까지. 작가가 집안 구석구석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집은 독자들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시절의 저택까지 추억하게 만들어요. 마치 토끼를 쫓아 굴로 들어간 앨리스가 된 것처럼 작고 아름다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기분이 드니까요.
작가는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요? 일단 책을 펼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집안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작은 디테일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거든요.
나무 바닥의 무늬며, 천장에서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샹들리에의 디테일에 놀라고, 벽에 걸려있는 명화들의 제목을 떠올리다 보면 구석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집주인의 고양이를 발견하곤 미소 짓게 됩니다.
식사를 마치고 응접실로 들어와 붉은 소파를 발견하고는 잠시 앉기 위해 의자를 펼치다 보면 그 너머에 있는 테이블에 눈이 갑니다. 빼곡히 꽂혀있는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해져요. 그러다 '설마?'하고 슬쩍 밀어 본 나무문이 쓱 열릴 땐 너무 놀라 한 발짝 물러설 수도 있겠네요.
옷장에 숨겨진 빅토리안 시대의 아름다운 레이스 원피스와 보랏빛 우산, 서랍 속에 숨겨 놓은 인형들과 보석함들이 이 방의 주인이 어린 여자 아이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숨바꼭질을 하듯 방 한쪽에 놓인 아이의 사진을 찾아보다 보면 아이를 위해 방 한편에 걸어둔 모네의 그림도 찾을 수 있답니다. 그 안에 담긴 부모님의 사랑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시절, 귀족들이 쓰던 화장실 변기는 양변기였다는 걸. 그리고 심지어 뚜껑은 나무로 되고 안까지 열어 볼 수 있다는 걸. 아이와 함께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손을 대어 체험하다 보면 이미 나도 이 집에 머물고 있는 여행객이 된 것 같습니다.
집을 보다 보면 궁금해지는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종이 인형으로 만나 볼 수 있어요.
인형놀이를 좋아하던 추억이 있는 어른들에게도, 그리고 엄마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즐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도 정말 훌륭한 선물이 되어 줄, 빅토리안 돌스 하우스. 한번 펼쳐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