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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라임 Oct 10. 2023

네가 원하기만 하면, 특별함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단다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선사하는 책 / Alphabet City

쳇바퀴 도는 듯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에 눌려 축 쳐지는 날이면, 생각합니다. 여행을 떠나야겠다고요.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어져 새로운 것들을 만끽하고 싶어 져요. 버스를, 기차를, 비행기를 타고 떠나죠. 가끔은 미술관을 찾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기도 해요. 작가의 눈을 빌어 낯설게 바라본 세상은 잠시나마 일상에 반짝임을 더해줍니다. 그런데 떠난다는 건. 매번 새로운 걸 찾아 헤매는 건 사실 녹록지 않잖아요.


눈이 반짝 뜨일 만큼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던 어느 오후, 이 책을 만났습니다. 범상치 않은 이 책의 제목은 ALPHABET CITY입니다. 글이 없이 그림만 있는 책이에요. 글이 없는 책이라니! 가벼운 마음으로 후루룩 책장을 넘겨봅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작가는 A부터 Z까지의 알파벳들을 찾아냅니다. 한번 떠올려 볼까요? 매일 지나치는 익숙한 길에서, 언제 올려다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저 하늘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했었는지요.


책을 덮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익숙한 공간의 이곳저곳을 흘깃 지나치지 않고 찬찬히 시간을 들여서 둘러봐요. 어릴 적 운동회에서 보물찾기 종이를 찾았던 시간처럼요. 함께 책을 펼쳐본 다섯 살 아이가 먼저 구석으로 뛰어가 소리칩니다. "엄마! 저기 A가 있었네! 그동안 왜 몰랐지? 너무 신기하다!" 새로운 장난감을 사준 것도 아닌데, 아이의 눈이 반짝입니다. 엄청나게 재미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요.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세요. 떠나지 않아도,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이 눈을 반짝이며 찾기를 원하기만 한다면요.



제목 Title - ALPHABET CITY

저자 Author - Stephen T. Johnson

출판사 Publisher - Puffin books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평범한 출근길, 지나쳐버린 담장, 눈길 준 적 없었던 일상 속 구석 구석에서 특별함을 찾아보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세요! 당신 옆에 늘 존재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알파벳들을요!

찾으셨나요? 이번엔 조금 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림 그릴 때 쓰는 캔버스를 올려놓는 이젤이에요. 자세히 보지 않아도 커다랗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A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이렇게 명확한데 그동안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이번엔 좀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O를 찾으셨다면? 그것도 정답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시겠어요? 이 장면의 빛, 습도, 온도, 그림자... 를 모두 느껴 보다 보면 C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꽃 모양을 품은 동그란 창문을 보세요. 오른쪽 부분이 그림자에 살짝 가려져 다른 알파벳이 되었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 하는 신호등. 저는 여태 신호등의 옆면을 바라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빨강, 초록, 주황. 갈길이 바빠 신호등이 발하는 색의 변주에만 온통 관심을 두었을 뿐 그도 옆통수와 뒤통수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매끈하게 뻗은 신호등의 옆모습 또한 매력적이네요.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전체로 '퉁'치며 지나칠까요? '건물'이면 네모난 건물인 채로 퉁! '분수'라면 동그란 분수의 큼직한 규모감을 하나로 퉁! 이런 식으로요.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 부분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 나름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어딘지 모를 건물에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J가 말합니다. "몰랐지? 자세히 보면 나도 이렇게 예쁘단다!"

알고 보면 나라마다, 도시마다 알파벳 그림책이 존재한다고 해요. 어떤 분은 여행하는 나라마다 서점에 들러 그 나라 고유의 모습을 담은 알파벳 책을 구매하기도 한데요. 기념품으로요. 여행한 곳의 아름다움을 담은 알파벳 북이라니 너무 특별하지 않나요? 이 책에서 작가는 본인이 살고 있는 뉴욕 시티에 숨겨진 알파벳들을 찾아냈어요. 집에 가는 길에 발견한 걸까요?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나 봐요. 찾으셨나요? 네, 바로 M입니다. 만약 한국을 배경으로 한 책을 만든다면, M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요? 고궁은 어때요? 다음에 숭례문을 지나게 된다면 그 웅장한 대문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이토록 감각적인 계단 손잡이라니요! 휘청거리는 제 몸만 의지해봤지 어디 난간 손잡이를 제대로 바라봐 준 적이 없었네요. 처음으로 찬찬히 바라본 세상은 내가 그저 지나쳤던 모든 것들을 아름답고 새롭게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작가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요. 고층 건물들 사이로 올려다본 하늘에서 당신은 무엇을 발견했나요? 작가는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조금씩 자리를 옮겨 건물과 하늘 사이 공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모두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허공에서 T를 발견해요. 걸음을 바삐 재촉하는 사람을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즐거움이에요.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는 날 문득 이 장면을 떠올립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나 주위를 둘러봐요. 세상이 내게 주는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쳐오진 않았나 싶어서요. 이젠 그게 너무 아까워졌거든요.


여러분도 알파벳을 시작으로 당신 주위의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길! 이로 인해 당신의 크리에이티브함도 함께 자라나길! 우리 가끔은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어둔 채 눈을 반짝이며 여기저기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p.s 사진인 줄 알았던 이 모든 장면들이 사실은 그림이라는 것 눈치채셨나요? 너무 진짜 같아서 착각할 뻔했던 작가의 그림책은 뛰어난 일러스터에게 수여하는 '칼테콧 상'을 비롯해 New York Times가 선정하는 'Best Illustrated Book of the Year' 상 또한 수상 했답니다.


▼해당 에세이는 팟캐스트에서 오디오북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7/episodes/24815520[그림책 에세이 9화] 네가 원하기만 하면, 특별함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단다(Alphabet City)매주 금요일에는 텅빈 마음을 채워 줄 그림책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오디오에 담긴 에세이 본문은 브런치글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limeonair/93www.podbbang.com 



▼해당 에세이는 팟캐스트에서 오디오북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7/episodes/2481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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