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벌 김화숙 Sep 27. 2024

꽃을 두고 아픈 엄마를 두고 백두산 여행, 새로운 길

윤동주 묘역에서는 '새로운 길'을 낭송하리라


1. 지도 한 번 보고


"1일 차 숙소가 백두산 자락 송화강 언저리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송화강 차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설명드리겠지만 송화강 흐름이 나오는 지도를 한번 보시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강주원 이끄미의 안내를 따라 나홀로 지도 공부. 1일 차 호텔 이름에 장백산, 주소엔 백산시. 2일 차 호텔 이름에 통화시, 주소엔 통화시내 있는 집안시. 그러니까 백두산 자락 송화강 언저리에서 첫밤 자고 2일 차에 압록강 따라 좀 서쪽으로 이동해서 역시 통화 시에서 잔다. 3일 차에 더 서쪽으로 이동해 단둥에서 잔다는 것 알겠다.


1일차숙박:

HOTEL : 长白山天域泉度假酒店(★★★★★)

TEL: 0439-655 8888

ADD:吉林省白山市抚松县白溪

2일차숙박:

HOTEL :  通化华明假日大酒店(★★★★)  

TEL: 0435-6655 888

ADD:吉林省集安市黎明街941号

3일차 숙박:

HOTEL :  丹东威尼斯建国饭店(★★★★★)  

TEL: 0415-230 5555

ADD:辽宁省丹东市振兴区月亮岛大街4号



2. 최종 공지- 이상 무!

(사)한겨레평화통일포럼 백두산~단둥 평화번영탐방 최종 공지입니다. 드디어 출발이네요^^

뜻깊은 기행, 행복한 여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분들이 모이는 여행이니, 서로 열린 마음과 배려의 자세로 함께해주시면 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준비사항 최종 안내드립니다.

1) 9/27(금) 오전 5시30분, 통일포럼 교육장에서 버스로 함께 출발합니다. 늦지말고 오세요!

* 공항으로 오시는분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E카운터 앞으로 오세요.

....

(참고) 무료위탁 수화물 1인당 23KG. 중국내 220V 사용가능.


티켓 체크인 완료. 기내식은 24시간 이전까지 선택해야 했는데 어젯밤에사. 그래서 갈땐 일반식이 됐고 올때만 인도식 비건식으로 선택해뒀다. 어차피 안 먹는 아침이니 가는 길 일반식에서 채소만 골라 맛보는 걸로.



3. 윤동주 시인 묘역에 가면

"저희가 중국 도착 첫날에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윤동주의 묘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묘역에 술도 한잔 올리고, 간단한 다과도 놓고 시낭송 등을 할 예정인데요. 참가자분들이 조금씩 나눠서 준비해오시면 어떨까해요."



지도로 연변조선족자치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실화냐? 윤동주 묘소에서 낭송할 시로 '새로운 길'을 정했다. 윤동주의 장례식에서도 낭송된 짧은 시다. 지금 내게 새로운 길을, 내가 가고 싶은, 그리고 가야 할 새로운 길을 생각하는 여행이 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여행 중에 노래할 순서가 생긴다면 '홀로 아리랑' 3절을 하기로 한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로 시작하는 게 맘에 들어서다.



홀로 아리랑 3절로 아리랑 3절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해 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새로운 길/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4. 꽃을 두고 엄마를 두고

결혼 34주년 기념으로 덕이한테 받은 꽃을 두고 떠난다. 책상 한 켠 꽃병에 꽂혀 한껏 향기를 뿜뿜하고 있는데, 두고 가자니 아쉽다. 기념일 꽃값을 아끼지 않는 덕이다. 여행 떠날 건데 덕이 꽃을 사게 두는 게 맞나 0.1초 고민 안한 건 아니다. 말릴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꽃이란 그런 . 살면서 오직 하나의 사치요 찰나를 위해 낭비하는 기쁨이다. 쓸모없음의 쓸모라 .


아픈 엄마와 어제도 통화했지만 결국 백두산 여행 간단 소리는 못 하고 떠난다. 이번에 퇴원하면 엄마는 집에서 홀로 생활하긴 어려울 거 같다. 집 근처 요양원 소릴 엄마가 먼저 말했다. 언니랑 동생이 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엄마는 수혈받게 될 거다. 그날이 오리라 예상했는데 역시다. 우리집에 오고 싶어 한 엄마인데.... 엄마가 잘 버티고 있길.... 삶은 언제나 새로운 길, 내가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떠난다.


"엄마, 수혈받게 될 거라 그랬잖아. 잘 받고 기운 차리고 있어. 응응 그 권사님네 요양원 갈 준비 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며칠간 일 때문에 어디 좀 다녀와야 해. 요즘도 맨날 제때 전화 못 받을 때 있었잖아. 며칠간 바빠서 엄마 전화 통화 안 될 수도 있어. 전화 안 받아도 걱정하지 말고. 응응 엄마 수혈 잘 받고 있어. 다녀올게...."  


그리고 노트북은 두고 가볍게 가기로 했다. (새벽 4시 52분) 


이전 16화 전화기 로밍, 내가 익혀온 틀 밖의 문화, 반간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