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텔에서 와이파이 쓸 경우 다음 네이버 카톡 안 될 가능성 높다니 로밍을 했다. 주말에 서울에서 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후, 전화기에서 설정-연결-해외로밍-데이터온, 여러 번 확인했다. 비행기 탑승 모드에서 와이파이 미리 꺼야 한국 포털 접속 가능하다고 강조. 단체 여행이지만 출발 전에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온라인 업무가 많다. 이따 막내 퇴근하면 도움 받아 예약된 티켓 체크인이랑 기내식 비건식 선택 마무리하면 된다. 무겁지만 한글 작업용으로 노트북은 가져가기로 한다.
2. 은행 다녀왔다. 노자로 쓸 돈 50만 원을 한국돈 지폐로 골고루 준비했다. 천 원권 40장, 5천 원권 10장, 1만 원권 26장, 5만 원권 3장. 쇼핑을 가열차게 할 것도 아니라 소소하게 쓸 경비로 충분하리라 믿는다. 한국돈도 통한다니 환전 없이 해 보기로 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1시간 동안만 0도 근처로 추울 거라니 두꺼운 겨울 패딩보단 겹쳐 입기 좋은 얇은 겉옷 여럿. 내복 바지, 바람에 날리지 않을 비니모자와 장갑, 발목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양말. 다이소에서 3천 원짜리 비옷 하나. 여권 분실 대비 복사 하나 해두었다.
3. 9월 27일(금)~30일(월)
"백두산~단둥 평화번영탐방 일정 다시 공유드립니다.
27일(금) 오전 5시 30분, 한겨레평화통일포럼 교육장에서 버스로 같이 이동합니다. (공항으로 바로 오시는 분들은 오전 6시 30분,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E카운터 앞에서 만나요)
30일(월) 돌아오는 것도 마찬가지로 버스를 이용하여 한겨레평화통일포럼까지 올 예정입니다.
통일포럼 앞에는 무료 주차가 가능하니, 차량은 편하게 추자 하시면 될 것 같아요."
4. 중국 반간첩법
2023년 7월 1일 개정된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법률. 기존에 비해서 간첩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 규정을 크게 강화한 내용.국가안보 및 국가이익과 관련된 각종 문건과 정보 및 데이터의 정탐, 수집, 매수, 불법적인 제공을 간첩행위로 규정. 기존 법률에서 ‘국가기밀’에만 적용하던 범위를 ‘국가이익’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범위로 확대함. 특별법이 아니라 기본적인 법적 성격은 행정법에 해당.
(1)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의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안보를 해치는 활동.
(2) 간첩 조직에 가담 또는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으로부터 임무를 받거나 이에 생활을 의탁(投靠)하는 행위.
(3)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 이외의 국외 기관·조직·개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 기밀 및 정보 그리고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절취·정탐·수매·불법 제공한 경우, 또는 책동·유인·협박·매수를 통해 국가 공직자가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활동.
(4)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처 또는 핵심 정보 기반 시설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침투·교란·통제·훼손을 하는 활동.
(5) 적을 위해 공격 목표를 지시
(6) 다른 간첩 활동을 전개
5.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강주원, 눌민, 2023)
책 너무나 맘에 든다.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때도 그랬지만 저자가 문화인류학 교수라는 사실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졌다. 강주원 교수의 학문하는 자세와 이유란, 내가 살면서 깨달은 공부와 글쓰기와 실천의 자세이기도 했다. 그게 어디 내 경우에만 해당되겠는가. 결국 삶이란 "내가 살아온, 익혀온 틀 밖의 문화를 접하고 그 대안을 공부하는" 과정 아닐까? 내 글쓰기가 내게 익숙한 틀을 깨는 과정이듯 말이다.
책의 요지는 결국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 얼마나 선입견이 많은지 보게 했다. 반복해서 저자가 묻고 강조하는 게 두 가지였다. 해외 도시 중 한국 사람보다 북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있다 없다? 있다. 단둥이다. 그리고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휴전선에는 철조망이 있다 없다? 없다. 휴전선은 실선이 없다. 남북이 비무장지대를 추가로 긋고 민간인 통제 구역화하면서 철조망을 설치했다. 60년대가 돼서 일어난 일이었다.
고로 분단은 휴전선이란 선에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인식 속에 있는 선인지도 모른다. 넘나들 수 있는 것을 벽으로 만들고 철조망을 설치해 버리는 사람의 마음. 경계는 허물고 넘나들며 살 일이다. 이게 백두산 여행의 정신이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고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를 알고자 하는 여행이다.
인류학자 정병호는 "내가 살아온, 익혀온 틀 밖의 문화를 접하고 그 대안을 공부하는 학문"임을 늘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인류학의 길을 내가 걷는 자세와 이유다. 책을 휙휙 읽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몇 문장만 발췌해 보았다.
2022년 여름
한반도 안(임진강, 한강, DMZ의 안과 밖)과
밖(두만강, 압록강, 중조 국경 지역)을
아무 때나 걸을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강주원 20쪽
"중조 국경 지역이 남북 교류와 만남의 또 하나의 축임을 한국 사회에 3년 주기"로 말했다. 이는 인류학의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를 실천하는 길이었다. 즉 "낯선 곳인 중조국경에서 내가 속한 한국 사회를 만나다"는 매번 책을 쓸 때의 출발점이자 뼈대였다. 262쪽
어떤 강들은 국경으로 구분되지 않으면서 사람을 품고 있었다. 어떤 강의 하류들은 국경이 없으나 사람의 접근을 막은 채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강들이 다르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 강변들에 기대어 살지 않거나 가본 적이 없는 사람만이 단절의 국경이 그 강들에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두만강과 압록강과 마찬가지로 임진강과 한강은 남북 교류와 만남, 그 평화와 공존의 길을 현실에서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무대였다. 263쪽
늘 그래온 것처럼 연구자로서 또 다른 역할을 계속하겠다. 강연이든 사석이든 사람들에게 두 개의 질문을 던질 것이다. 하나는 "한국사람보다 북한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있을까요?"다. 다른 하나는 "휴전선엔 철조망이 있을까요?"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없음에서 있음, 있음에서 없음이라고 누구나 아니 한 명이라도 더 말하는 날을 기대하면서 나는 이롸 관련된 사례를 열심히 말하고 다니겠다.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