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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Oct 22. 2024

손수건을 모조리 삶아 널었다

저 붉고 고운 큰 손수건을 선물해 준 친구 난희한테 전화 한 번 해야겠다

가을비가 가늘게 오는 아침이지만 내가 쓰는 손수건을 모조리 모아 삶아 널었다.


이엠주방세제로 폭폭 삶아 손으로 조물조물 짜고 탈탈 털었다. 손수건의 스토리 손수건의 얼굴들을 추억하며 한 장 한 장 어루만지며 널었다. 작은 빨래걸이가 꽉 찼다. 욕실 수건은 매번 삶는데 손수건은 계절 바뀔 때 한 번 밖에 안 삶았네? 내 땀과 기름, 눈물과 콧물의 사연을 다 아는 친구들이로다.  


저 붉고 고운 큰 손수건을 선물해 준 친구 난희한테 전화 한 번 해야겠다. 여행지에서 엄마 손수건이나 스카프 잘 사다 주던 우리 큰 놈, 얼굴 본 지 벌써 반년이 넘었군. 귀퉁이 레이스 연분홍 꽃무늬 손수건을 건네던 12년 전 그 내담자 어르신. 그 고운 자태는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겠지.  416 합창단 공연 때 목에 묶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노랑손수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 미술관에서 나를 따라온 손수건들....



하얀 손수건/ 어효선



손수건, 손수건

하얀 손수건

쓸까 하고 꺼냈다가

때묻을까 봐

주머니에 도로 잘 넣어 두지요.


손수건, 손수건

하얀 손수건

쓰지 않고 아꼈는데

웬일일까요

어느 틈에 까매진 내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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