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질릴까?
표고와 목이버섯이 현미잡곡가래떡을 만나 비건떡볶이로
떡볶이는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질릴까?
떡볶이를 할 때마다 궁금한 내 맘이다. 현미가래떡을 뽑아두고 밥대신 애용하는 우리 집에서 떡볶이는 밥 된장찌개 김치만큼 일상의 음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저 탄수 고 단백' 어쩌고 하더라만 비건 지향 우리 집 사람들에겐 밥 떡만큼 귀한 음식이 없다. 우리 딸은 '엄마떡볶이'라면 무얼 넣고 했건 묻지 마 환장한다. 막내에게 떡볶이는 최고의 도시락이요 내겐 글 쓰다 먹기 쉬운 일품요리다.
이번 가래떡은 현미와 찹쌀 말고도 율무와 귀리를 좀 섞어서 뽑았다. 단골 떡집 사장님은 잡곡 함부로 섞으면 가래떡 잘 안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곤 하지만, 이번에도 통과했다. 이 깊고넓은 맛을 어찌 포기하랴. 어쩌다 밖에서 만나는 흰밥 흰떡은 표백된 양 비현실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당연히 꼭꼭 씹어 먹는 수고가 따르지만 식감도 맛도 영양도 포기할 수 없는 현미잡곡식이다.
오늘의 떡볶이 이름은 버섯 비건 떡볶이. 말린 표고와 말린 목이버섯을 미리 불렸다가 사용했다. 표고 불린 물은 채수로 그대로 사용하고 양념은 마늘과 된장만 쓰였다. 먹기 좋은 크기로 버섯을 자르고 상온에서 녹은 현미가래떡을 통째로 넣었다. 끓이다가 가래떡을 잘라주고 견과 곁들였다. 왜 떡을 덩이째 넣었다 자르냐고? 전자레인지 안 쓰며 자연식을 추구하다 보니 그리 됐다.
내친김에 버섯 찬양 좀 하고 가자. 표고 자랑 길게 하면 사족이겠다. 식물치곤 단백질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한 표고는 비건에게 아주 중요한 영양원이다. 목이버섯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육류보다 철분과 비타민 D가 아주 많은 식품이다. 햇볕을 벌레인양 피하고 실내 생활 많이 하고 전자파 많이 쐐는 현대인이 비타민D 부족으로 문제가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마운 표고와 목이 이들은 생으로 먹기보단 말린 걸 불려 조리하면 더 좋다는 것, 이거야말로 사족!
다음번에 해보고 싶은 떡볶이를 벌써 상상한다. 해초떡볶이도 두루두루 해봤고 뿌리채소로 열매채소로, 안 해본 게 있나 모르겠다. 그렇든말든 사다 놓은 가을무와 무청이 다음 번 순서겠다. 당근, 생강, 갓, 쪽파, 호박, 늙은 호박 등등. 제철채소들이 떡볶이에 초대해 달라고 격하게 손짓하는 게 보인다.
아, 떡볶이는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질릴까?
아니, 떡볶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