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에서 뜯어온 돌나물
푸성귀를 자급농으로 가꿔 먹기, 기후변화에 대한 실천이고 지혜 아니던가.
엄마 집에서 뜯어온 돌나물을 며칠 전에야 씻었다.
엄마 장례식 마치고 유품정리하러 갔을 때 뜯어온 거였다. 엄마집에서 온 돌나물을 씻고 있자니 인생이 새삼 무상해졌다. 엄마는 가고 없는데 나물은 자연에서 바로 온 양 하나도 시들지 않고 아삭아삭 싱싱했다. 뜯고 남은 돌나물은 빈집에서 돌보는 이 없이 자연으로 자라고 있겠지. 이 아이들은 원래 자연이었지, 그래, 사람 손 안 닿을수록 더 잘 사는 자연이었지. 겨울에도 어지간해서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고향 집에서 파란 자연으로 살아갈 것이다.
엄마는 농사를 접은 노년에도 늘 집 주변에 꽃을 심고 채소를 심고 돌보며 살았지. 몇 포기만 해도 노인 혼자 먹기 충분하다며 화분에다 잎채소를 심어 자식 돌보듯 가꾸어 먹고살았지. 상추 고추 부추 가지 돌나물.... 최근 몇 년은 갈수록 그 양이 줄고 꽃도 줄고 화분도 줄어가는 게 보였지. "이거 뜯어다 먹어라." 엄마 혼자 먹을 일이 점점 줄어들고 내가 가면 그 얼마 되지 않는 푸성귀를 뜯어가게 했지.
파랗게 자라 올라오고 있을 돌나물과 부추를 보러 엄마집에 가야 할 거 같다. 엄마 자식 중 누구 한 사람쯤 엄마집을 지키며 부추와 돌나물을 가꾸며 살아야 할 텐데. 엄마처럼 나도 노년에 화분부추며 돌나물을 지키며 살고 싶다 노래했는데, 가능한 꿈일까? 엄마의 부추와 돌나물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 이 푸른 아이들에게서 멀리 갈 거냐고.,.
소소한 자급농으로 푸성귀를 키워 먹는 생활, 이거야말로 기후변화에 대한 실천이고 지혜 아니던가. 번거롭다 하면서도 서울집에서 화분에 배추를 심은 이유다. 접지 말고 계속 푸성귀를 가꿔 먹는 노인으로 살리라 맘먹는다. 엄마집에서 뜯어온 싱싱한 돌나물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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