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내 밥상에 이름을 지어 볼 때가 있다.
흔히 집에서 해 먹는 밥을 집밥이라고 한다. 그런데 집밥이란 사람마다 집집마다 얼굴만큼이나 다른 문화인 걸 나는 안다. 오죽하면 밖에 다니다가 '집밥'이란 식당 간판을 볼 때면 우리 식구들이 우스개를 하겠는가.
"앗! 저건 남의 집밥!"
집밥은 사람마다 다르게 상상하는 밥 같다. 그럼 내가 먹는 집밥을 어찌 불러 주지?결국 자연식이니 채식이니 순식물식이니 비건식 또는 기후미식 이런 게 붙곤 한다. 그러고 나면 또 아쉽고 찜찜해진다. 매일 먹는 평범하고 쉬운 집밥에 젠장 거창한 이름이 별로다. 차라리 풀떼기, 나물 먹고 물 마시는 가난한 밥상이라 불러 본다.
결국 언어의 한계를 절감한다.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책 《채식주의자》를 보라. 그 아름다운 문학이 청소년 유해 도서로 둔갑해 도서관에서 퇴출당한 이력을 말이다. 그 사건을 나는 도저히 잊지 못할 것이다. 같은 단어를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게 이해하는지, 조금 다르게 사는 소수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말이다. 그나저나 노벨상 수상 후엔 모든 도서관에 《채식주의자》가 다시 비치됐으려나 모르겠다.
나를 정체성으로 말하기도 밥상을 명명하기도 다 어렵다.
채식주의자? 순식물식, 자연식 채식? 비건? 맘에 쏙 드는 말을 고르기가 참 어렵다. 결국 이름짓기를 포기하고 한 끼로 먹은 것들을 열거해 보기로 한다. 살짝 데쳐 찬물 끼얹은 콩나물, 씻은 세발나물, 생강피클, 검정콩조림, 배추김치, 현미잡곡밥 그리고 어제 끓인 고수쑥들깨수프. 꼭꼭 씹어 음미하는 콩나물과 세발나물, 이게 오늘의 집밥 포인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