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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잡곡밥에 고수쑥들깨수프 먹어 봤어?

10년간 안 아프고 활기차게 사는 몸, 현미밥채식 예찬

by 꿀벌 김화숙 Jan 07. 2025

엄동설한에 집안이 쑥향기로 진동한다.  


봄에 뜯어 냉동해 둔 쑥을 마지막으로 꺼내 쑥국을 끓였다. 쑥국이라기 보단 내 맘대로 지은 이름 쑥수프라 하겠다. 고수 얹은 쑥들깨수프 먹어 봤어? 내가 워낙 걸쭉한 채소수프를 좋아하걸랑. 채수 끓인 표고버섯과 다시마는 버리지 않고 쑥과 함께 끓인다. 두부, 된장, 들깨가루를 풀고 보글보글 끓이다 푸른 고수를 듬뿍 잘라 넣고 한소끔 만 끓이면 끝이다. 현미잡곡밥에 김치만 해도 끝내주는 밥상이다.


쑥향에 고수향에 들깨풍미까지 더해진 향기만발하는 음식이다.


음~~ 캬~~ 쑥향만 해도 대단한데 고수까지 넣은 건 과하다고? 쌉싸름한 쑥 다르고 은은한 고수 풍미 다르니까. 거기다 초록색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음식은 결코 혀끝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배만 채우자고 먹는 것 역시 아니다. 식재료마다 가진 고유의 향기와 색에 맛에 영양이 살아있어야 좋은 음식이다. 스토리와 의미가 더해져 내 몸이 되는 아름다운 예술이 음식이다. 영혼까지 살리는 생명이요 치유의 힘이다.   


이렇게 음식 이야기 하다 보면 '10년 전'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암수술 후 막막하던 내게 새 길이 돼 준 자연치유라, 전에 가 본 적 없는 단식과 채식, 거기서 확장된 내 인식과 시야. 그건 선물이요 복이었다. 그렇게 어언 10년, 나는 현미밥과 자연식채식으로 새 몸 새 삶을 살고 있다. 날로 더 활기찬 몸과 마음으로, 10년간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몸으로 말이다.


너무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보여서일까? 현미밥과 채식 자랑을 이제라도 좀 더 하련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잖아. 내 몸에 대해서도 딱 그대로다. 전에 비실비실하고 쉬이 피곤하고 잘 아프던 몸은 온데간데없다. 세상은 육식 자랑 육식 광고 투성이지만, 뜻밖에도 현미밥 채식 생활이야말로 나를 살리는 밥상이다. 단백질 신화는 고기 먹으라 속이지만 현미밥에 단백질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래, 굳이 황성수 박사까지 소환할 필요 있으랴만, 현미밥채식 자랑과 함께 동물성 식품의 패해는 더 많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 현미에는 엄마 젖에 들어 있는 함유량과 비슷한 수준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불포화지방산도 많고 탄수화물과 섬유소까지 풍부한데 콜레스테롤은 없다.


내가 10년간 감기 한 번 안 걸리며 활기차게 사는 비밀을 한 가지만으로 말하긴 어렵겠다. 그러나 현미밥에 나물 먹고 물 마시는 채식 생활과 관계있다는 거 부인할 수 없다. 채식주의자라는 말이 페미니스트만큼 낙인이 되는 세상이지만 드러내 말하련다. 비건은 내 몸도 살고 지구도 사는 길이니까.


동물성 음식을 끊고 현미밥채식을 해 볼텨? 혈관에 낀 기름때가 녹아 관 탄력이 회복되며 건강이 좋아지는 걸 체험해 볼텨? 쑥고수들깨수프 한 그릇 먹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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